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승인 절차가 4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4건의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에 대한 인과성이 충분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14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는 EU의 스푸트니크 V 백신 승인 가능성과 관련해 이같이 예상했다.
방송은 국제 의학 전문지 '랜싯' 자료를 인용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하며, 대다수 접종자에게서 일시적 무기력증이나 독감 증상과 유사한 심각하지 않은 부작용만이 관찰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그러나 이탈리아 학자 등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 후 발생한 4건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인과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백신의 불투명성이 모두 제거돼야 EU가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고 방송은 덧붙였다.
스푸트니크 V 백신 개발 지원과 해외 생산 및 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지난 4일 EU의 의약품 평가·감독기구인 유럽의약품청(EMA)이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동반심사(rolling review)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반심사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서 의약품이나 백신에 대한 평가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절차다.
평시에 평가 절차를 개시할 때는 판매 승인 신청을 위한 모든 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동반심사 때는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확보된 자료만 검토 대상이 된다.
EMA가 심사 후 승인을 권고하면 EU 집행위원회가 백신의 EU 내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EU는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모더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존슨앤드존슨(J&J) 백신 등 4가지 백신의 EU 내 사용을 승인했다.
EU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V도 다른 모든 백신과 마찬가지로 효능, 안정성, 품질 등에 대한 EU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승인한 국가는 러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51개국에 달한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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