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또는 한국 출신 배우와 감독이 만든 ‘미국인 영화’가 아카데미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미나리’가 기대했던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은 물론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태풍의 눈이 됐다.
영화 '미나리'는 15일 오후 9시 19분(한국시간)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Academy Awards) 최종 후보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 제작, 배급했으나 이를 외국영화로 분류해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쳤던 골든글로브와 달리 아카데미시상식은 지난해 ‘기생충’과 같이 ‘미나리’를 주요 부문 후보에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정착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이 자전적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는 정이삭 감독은 부모님의 미국 이주 이후인 1978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나 아칸소 주 링컨의 조그만 시골 농장으로 이사해 유년 시절을 보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 5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했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미국 이민자의 삶을 소재로 현지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평과 함께 현재까지 각종 시상식에서 90여개의 상을 휩쓸었다. 윤여정의 여우조연상과 함께 조심스럽게 추가 수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한국 영화 100년사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윤여정에 대한 찬사와 축하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작품에서 팔색조같은 연기를 보여주던 윤여정은 74세인 올해, 연기인생 53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주목받는 꿈같은 자리에 섰다.
'미나리'의 북미 배급사 A24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나리'는 신기원을 이룬 이야기"라며 "역사적인 6개 부문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고 자축했다. 막내아들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 앨런 김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멋지고 멋진 미나리, 놀라운 미나리, 가자! 미나리!"라며 "미나리가 역사를 만든다"고 기뻐했다.
한편 미나리는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배우조합(SAG)상과 영국 아카데미 등에도 후보에 올라 있어 수상 소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4월 25일 개최된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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