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최종 결정됐습니다.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41.6%의 지지를 받은 오세훈 후보인데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부동산 정책 분석 마지막 편. 오늘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다룹니다.
오세훈 후보의 첫 번째 핵심 공약은 ‘상생주택 제도 도입을 통한 장기전세주택 확대 공급, 시프트 2.0’입니다.
오 후보는 5년 안에 총 36만 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개발·재건축 18만 5000호, 모아주택 3만 호, 기존 서울시 공급 계획으ㄹ 계승해 7만 5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7만 호가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되는데요. 시프트(SHift)라고도 불리는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오세훈 후보의 서울 시장 시절 추진된 사업으로 서울 아파트를 무주택자가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을 말합니다.
오 후보는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가용토지를 ‘상생주택 제도’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했습니다. 상생주택 제도란, 턱없이 부족한 공공토지만으론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여겨 도심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민간토지를 활용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서울시가 확보하고 있는 공공토지는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상암DMC 미매각 부지, 강남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1만 2000호 공급 수준에 그치기 때문인데요.
상생주택은 민간 소유 토지를 임대해 서울시가 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에 최소 20년 동안 토지 임대료 지급, 재산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 용도지역과 용적률 상향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 후보는 상생주택 제도를 통해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으며 민간과 공공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오 후보의 상생주택 공약은 실현 가능성을 두고 여러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민간 토지 소유자 협조 이끌어내기 힘들어
오 후보는 상생주택을 통해 5년 안에 기존 공급량의 2배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민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해 단기간 안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실질적인 수요가 없는 땅에 과도한 지출을 감행하며 주택을 짓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 토지를 서울시가 활용할 경우 수십 년간 개인의 사유재산권 사용이 제한됩니다. 따라서 공공은 토지 소유자가 수용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이 투자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동시에 오세훈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빠른 실행을 강조하는 ‘스피드 주택 정책’이기 때문에 빠른 공급을 위해 임대료 과다 책정과 같이 토지 소유주에게 과도한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덧붙여 수요가 없는 땅에 물량만 제공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고 남겨진 땅은 토지 소유자가 투자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방치된 땅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토지 소유자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개발할 것”이라며 “상생주택에 편입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상생주택은 “충분한 수익이 나는 곳에서는 어렵고, 수요가 없거나 수익이 굉장히 낮은 곳에서 먼저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장기전세주택, SH공사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것
장기전세주택은 SH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장기전세주택 사업의 재정 부담은 SH공사가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이며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윤 교수는 “지난 오세훈 시장 시절에도 시프트 장기전세주택은 SH공사에 큰 부담이 됐다”며 “전세 보증금 50%를 활용해 SH공사가 관리비를 부담하는 구조는 이자율이 높았던 시기에는 가능했지만 저금리가 계속되는 요즘 장기전세주택은 SH공사, 즉 서울 시민의 부담만 늘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장기전세주택은 무주택 중산층의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SH공사의 재무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장기전세주택은 SH공사가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맡기고 그 이자로 임대주택 유지비를 충당하던 구조로 운영됐지만 저금리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운영이 어려워졌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을 운영하면서 본 손실은 1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부족한 유지비는 SH공사가 책임져야 하는데 이는 결국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 낭비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김수진 기자 wsjk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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