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앤드루 가필드 분)이 미국 뉴욕시를 배경으로 수많은 위기를 해결한 뒤 브루클린(Brooklyn) 다리 위로 날아오른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그웬 스테이시(에마 스톤 분)가 볼 수 있도록 다리의 강철 케이블들을 거미줄로 엮어 ‘I LOVE U’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지난 2014년 국내에도 개봉돼 40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마지막 장면이다.
브루클린 다리는 뉴욕시 랜드마크의 하나다. ‘킹콩’ ‘고질라’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 ‘섹스 앤 더 시티’ 등 수많은 영화가 이 다리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해가 질 무렵 고풍스럽고 거대한 다리 뒤로 펼쳐지는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시의 실루엣과 반짝이는 불빛이 어우러진 야경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매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는 불꽃놀이가 진행된다.
1866년 맨해튼과 그 동남쪽 브루클린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자 두 지역은 이스트강 위로 교량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공사 기간만 13년이 걸렸을 만큼 사연도 많았다. 다리 설계와 공사 감독을 맡은 독일계 존 로블링이 사고 후유증으로 숨지자 아들 워싱턴 로블링이 이어받았지만 잠수병으로 자리에 누웠다. 결국 워싱턴의 아내인 에밀리 로블링이 감독해 다리를 완공했다. 1883년 개통된 다리는 길이가 1.8㎞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가 생기기 전까지는 세계 최장의 대교였다. 처음으로 강철 케이블로 만든 현수교였다. 왕복 6차로의 가운데는 5.5m 높게 비교적 넓은 보행로가 설치돼 있다. 브루클린이라는 이름은 네덜란드의 도시 ‘브뢰컬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추모일’이었던 14일 밤 뉴욕시는 조명 장비 등을 이용해 브루클린 다리에 희생자들의 사진과 호칭들을 비췄다. 희생자 호칭은 국제도시답게 아내·형제·妻子(아내)·丈夫(남편) 등 한글을 비롯한 여러 나라 언어로 쓰였다. 뉴욕시의 코로나 희생자는 2월 말 2만 8,000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감염병 방어벽을 쌓아야 한다. 나아가 모든 분야에서 과거와는 확 달라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는 법을 배워가야 할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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