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현지 정부로부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보유 중인 미디어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실상 ‘명령’이라 자산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의 당국 비판 발언을 계기로 시작된 알리바바에 대한 고강도 압박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 선거법을 개정했던 중국 정부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반중(反中) 여론을 만드는 홍콩 언론 등에 재갈을 물리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은 15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가 보유한 신문·방송 등 미디어 자산의 지분을 정리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라’고 알리바바 측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논의를 이미 올해 초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는 홍콩 유력 신문인 SCMP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를 통해 중국 경제 매체인 제일재경일보(지분 37%), 기술 매체인 36kr(16.2%)을 비롯해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시나웨이보(30%),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6.7%) 등 각종 미디어의 지분도 갖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운털이 박힌 알리바바가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조성하는 것에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WSJ는 “중국 당국자들이 알리바바의 미디어 자산 현황을 확인한 뒤 ‘경악(appalled)’했다”며 “특정 기업의 미디어 영향력 확대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어떤 지분을 얼마나 매각하기를 원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SCMP의 보도 이력을 보면 중국 당국이 눈엣가시로 여길 만하다. SCMP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홍콩에서 보안법 제정에 반대해 이뤄진 ‘노란 우산 시위’를 집중 보도했고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기사도 내보낸 바 있다. 마윈은 2017년 공개 석상에서 “(SCMP의) 저널리즘을 존중하며 언론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소통을 지켜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런 것들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수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중국 규제 당국은 신고 없이 일부 사업체를 인수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1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당국은 알리바바가 지분 30%를 가진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중국 상하이, 홍콩 증시 상장 계획도 무기한 연기시켰다. 급기야 후샤오밍 앤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돌연 사퇴했다.
외신들은 중국 당국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력이 큰 기업 CEO라도 공산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만들 경우 가차 없이 손볼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최대 게임사 텐센트, 동영상 서비스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메이저 업체들도 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당국과의 마찰설 등이 불거질 때마다 급락하는 등 요동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SCMP 지분 매각 등의 이슈가 인권 보호와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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