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러시아가 북극해에서 세계 첫 해상 원전을 가동할 때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떠다니는 체르노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해상 원전의 안전성은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며 일축했다. 중국 국무원이 ‘원전 굴기’의 일환으로 산둥성 옌타이 앞바다에 해상 원전을 띄운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해 지역에 3세대 첨단 원자로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달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업무 보고에서 “안전한 사용을 전제로 적극적이고 정연하게 원자력을 개발할 것”이라며 원전 굴기를 재확인했다. 중국의 원전 굴기에는 △탄소 중립 달성 △에너지 주권 확립 △군사력 강화 △원전 기술 수출 등의 다중 포석이 깔려 있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5년까지 20여 기의 원자로를 더 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49기로 세계 3위인 중국은 프랑스(56기)를 곧 넘어서고 2030년쯤엔 미국(94기)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의 원전 굴기 견제에 나섰다.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의 원전 기업 4곳을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시켰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서는 탄소 중립과 에너지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소형 원자로 개발에 32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는 등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거침없이 원전 굴기를 향해 달리는데 우리나라가 원전 포기 국가로 비친다면 곤란하다. 원전 개발은 자원 빈국에 분단국가인 한국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면서 탈(脫)원전을 표방해온 문재인 정부가 인천에서 불과 400㎞ 거리의 중국 해상 원전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한국의 3세대 원전 APR1400이 세계 두 번째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을 받을 정도로 우리의 원전 기술 잠재력은 크다. 안전성과 함께 수출 경쟁력, 군사적 확장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원전 강국’의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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