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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쿠팡의 나비효과와 메기효과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K유니콘 美 상장 방아쇠 역할

유통업 혁신 경쟁에도 불 지펴

스타트업 약진에 마중물 되길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쿠팡이 지난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네이버보다 많은 70조 원, 거래가로는 SK하이닉스와 맞먹는 100조 원 정도다.

홍남기 부총리는 한국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신생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쾌거라고 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긍정적 생각을 밝혔으나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장한 회사가 쿠팡에 100% 투자한 미국 모기업이라는 형식에 초점을 맞춘 발언이지만 큰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 비치면 잘못이다.

쿠팡은 그동안 모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돈으로 전국에 100여 개의 물류 센터를 세우고 5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번에 쿠팡은 뉴욕에서 신주를 공모해 5조 원의 돈을 조달했다. 연간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절반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쿠팡은 이 돈으로 첨단 물류 시설 등에 투자할 계획이며 오는 2025년까지 5만 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의 토네이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기상학자 이론을 따온 말이다. 쿠팡처럼 새벽 배송을 무기로 성장한 마켓컬리와 ‘배틀그라운드’ 게임 제작 업체인 크래프톤이 뉴욕 증시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직상장을 저울질하는 회사가 늘어나자 금융위원회는 반성할 부분이 있는지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쿠팡은 미국이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차등의결권을 채택했다.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10%의 주식을 소유하지만 주당 29개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76%의 의사결정권을 갖도록 한 것이다. 소유 주식 수와 관련 없이 경영은 회사를 창업해 끌어가고 있는 김 의장에게 실질적으로 맡기는 방안이다. 앞으로 회사의 업무 확장을 위해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면 경영의 틀을 유지하며 자금을 더 조달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차등의결권 제도가 오랫동안 논의됐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 권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학자나 시민 단체의 반대와 정치적 민감성으로 논의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기업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하면서 능력 있는 경영자가 뜻대로 사업을 펼치게 하는 방안을 찾아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뉴욕 증시 상장으로 덩치를 키운 쿠팡은 국내 온라인 유통 및 배송 업체에 메기 효과를 가져온다. 물고기가 들어 있는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집어넣으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례에서 나온 말이다. 쿠팡은 2년 전에도 상품의 직접 매입 비중을 확대해 업체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확대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이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전자 상거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대한 경쟁도 가열된다. 내부 혁신과 인수합병(M&A)으로 업체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쿠팡의 성과는 대단하지만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싱가포르의 ‘시(Sea Ltd)’에는 못 미친다. 시가총액이 130조 원을 넘으며 유통은 물론 게임과 핀테크에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동남아 전역을 사업 무대로 한다. 중국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성공을 보고 창업에 뛰어든 ‘알리바바 키즈’들이 활약하고 있다. 쿠팡의 나비효과와 메기 효과로 많은 국내 창업 기업들이 활력을 얻고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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