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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는 주로 전라도 사람들이 살았다…흥양 어부의 기억으로 복원된 울릉도의 역사

인류학자가 바라본 울릉도

■책꽂이-울릉도 오딧세이

전경수 지음, 눌민 펴냄





1900년 10월27일자 대한제국칙령에는 울릉도를 '울도'로 개칭하고 강원도에 편입해 도감을 군수로 바꾸는 내용을 골간으로 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칙령에는 '군청은 태하리에 두고 구역은 울릉 전도(全島)와 죽도(竹島) 석도(石島)를 관할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여기서 석도는 독도를 가리킨다. 당시 울릉도를 내왕하던 전남 흥양(고흥의 옛 지명)지역 어부들은 독도를 독섬(돌섬의 전라도 방언)이라고 불렀고, 대한제국은 주민의 방언을 존중해 독도를 한자 표기인 석도라고 적었다.

이는 전라도 어부들이 울릉도를 오가며 어업활동을 했다는 증거다. 책 '울릉도 오딧세이'의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전경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와 정당성을 밝히는 작업은 흥양 어부의 기억을 소상하게 복원하는 데에서 그 시작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전 교수는 지난 2006년 울릉도를 연구하기 시작해 15년 간 현지조사를 비롯해 인류학적, 민속학적, 문헌학적, 생태학적, 해정학적 연구를 통해 울릉도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울릉도의 해안지명 가운데 대부분은 흥양, 즉 전남 해안 지방의 지명이나 용어가 바탕이다. 특히, 거북손이라고 불리는 ‘보찰’은 전남 지역의 방언인데, 지금도 울릉도민은 일상에서 거북손보다는 보찰을 더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는 1882년(고종19) 개척령 반포 이전부터 전라도와의 왕래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나선이라는 전라도 출신의 배가 울릉도 북쪽 천부를 중심으로 많이 오갔다. 이들은 배 한 척으로 해류를 타고 울릉도에 들어와 좋은 목재로 선박을 건조하고 어업활동을 한 뒤 각자의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1882년 울릉도 검찰사 이규원은 울릉도에 조선인이 140명이 있는데, 이 중 115명이 전라도 출신이라고 보고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울릉도가 경상도 지역 방언을 쓰게 된 시기는 1894년 동학농민전쟁 전후다. 경주 최씨를 비롯해 경상도 지역 사람들은 울릉도를 피난처 삼아 입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치적 불안을 피해 울릉도로 망명했다가 귀향하기를 반복했다. 울릉도 땅에서 흥양 지방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지고, 경상도 경주지역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언어의 변화도 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의 개척 정책에 의해 강원도 주민의 울릉도 이주가 시작됐고, 일본인들의 이민도 뒤따랐다고 책은 설명하고 있다.

책은 바닷물의 흐름에 몸을 의탁해 동해를 중심으로 한반도, 일본, 극동 러시아 일대를 오가던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고 쌓아온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속에는 삼국시대 우산국의 우행왕이 대마도 공주 풍미녀와 혼인한 전설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 울릉도 금동불상 이야기, 전라도 흥양 어부들이 울릉도에 와 선박을 건조하고 돌아가는 내용, 일본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에서 바다를 건너 벌목과 어업을 하던 시절, 어업권을 위해 울릉도와 독도를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려는 일본 세력까지 울릉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치 오딧세이를 보듯이 펼쳐진다.

전 교수는 영토 주권의 논리가 아닌 문화 주권의 논리로 울릉도를 봐야 울릉도의 실체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고 주장한다. "국경과 영토의 논리로 울릉도를 접근할 때에는 대결과 착취의 안경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인류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공생하는 살림살이의 논리로 울릉도를 살게 할 것을 바란다." 2만6,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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