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설] ‘투기 백화점’ 된 농지, 솜방망이 처벌로는 안 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7일 공개한 3기 신도시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를 보면 농지가 투기꾼의 놀이터로 전락했음을 알 수 있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부터 올 2월까지 매매가 이뤄진 농지 131건 가운데 투기 목적의 농지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37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8건은 ‘농업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농지를 매입했다.

투기 의심 농지의 소유자 대부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해당 지역으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기 어려운 서울·경남 주소지의 외지인과 외국인이었다. 심지어 1990년대에 출생한 사회 초년생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과 고위직 공무원, 공공기관장도 농지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새 사저를 짓기 위해 매입한 경남 양산 부지 중 일부가 휴경 농지여서 농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농지 매입을 위해 ‘영농 경력 11년’이라고 기재한 것에 대해서도 야권은 “허위 작성”이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정부 부처 1급 공무원과 한 공기업 대표는 세종 국가 산단 예정지 대지, 세종시 인근 밭 등을 사들여 구설에 올랐다. 농지가 ‘투기 백화점’이 된 것은 농업경영계획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손쉽게 농지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등 현행 농지법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계획서대로 이행되는지 사후에 확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불법이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만 내려진다는 점이다. 농지 투기로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는데도 약식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지법이 되레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투기를 막으려면 농지 취득 자격을 강화하고 투기 목적 매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지 매입 때 금융기관에서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논설위원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