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월가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금의 제로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증시는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에 대한 기대에 상승했죠.
물론 경제성장 전망은 확 올라갔고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뛰었습니다. 그럼에도 2023년 말까지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나왔죠. 이날 연 1.68%대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후 하락해 1.62% 선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64%대로 상승했습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용을 총정리해봅니다.
“지금의 통화정책 적절”…올 GDP 6.5%·인플레 2.2% 예상
우선 이날의 FOMC에서 알아둘 5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제로금리 및 월 1,200억 달러 자산매입 유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없음
②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5%, 근원 PCE 2.2%, 실업률 4.5%
③ 금리인상 2023년 말까지 없음, 고용과 인플레 지표 모두 만족해야 인상
④ 사실상 국채금리 상승에 신경 쓰지 않음
⑤ 향후 2~3년 간 불확실성 큼
파월 의장은 이날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는 “경기회복세는 일반적인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됐고 FOMC 위원들은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경기예상치를 눈에 띄게 상향조정했다”며 “FOMC 참가자들은 실업률도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이날 연준이 배포한 경기전망치를 보면 올해 GDP 성장률은 6.5%로 지난해 12월 예상치(4.2%)보다 2.3%포인트 급등했습니다. 실업률은 5.0%에서 4.5%로 내려갔죠. 연준이 정책에 주로 참고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2.2%로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연준의 타깃인 2%를 웃도는 것으로 나오는 것이죠.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감소와 백신 접종 확대가 주요 원인입니다. 파월 의장도 “백신접종은 올해 말 보다 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완화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계속 유지합니다. 파월 의장은 “경제회복은 고르지 못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경제 전체적으로는 팬데믹 이전보다 고용이 950만 명 적다”고 했습니다.
다만, 추가적인 완화책은 없습니다. 파월 의장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한 질문에 “지금의 통화정책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추가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국채금리 상승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급작스러운 금리폭등이나 신용경색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연준은 국채금리 상승은 경기회복의 좋은 신호라고 보고 그냥 두겠다는 말입니다.
점도표, 2023년 말까지 금리인상 없어…파월, 두 개 퍼즐(고용+인플레) 모두 맞춰져야 인상
여기까지 오다보면 궁금증이 생깁니다. 연준의 점도표를 보면 2023년 말까지 금리인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 올해 근원 PCE 인플레이션이 2%를 돌파하는데요. 파월 의장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며 이같은 기저효과 외에 경제활동 재개에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며 “공급병목 현상에 생산이 이를 따르지 못해 공급을 제한된다면 더 그럴 것”이라고 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음을 전보다 더 길게 그리고 자세히 언급했습니다.
대신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이 이뤄지려면 고용과 인플레이션, 이 두 가지가 모두 만족됐다는 점을 사후에 수치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전보다 더 강조했는데요. 그는 “우리는 실업률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고용지표를 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게 아닌 한동안 2%를 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죠. 이날 나온 경제전망치를 보면 실업률은 올해 4.5%에서 2022년 3.9%, 2023년 3.5%로 내려갑니다. 근원 PCE는 올해 2.2%, 2022년 2.0%, 2023년 2.1%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데요.
코로나19 이전 완전고용 수준이었던 실업률이 3.5%입니다. 이 수준에 도달하는 게 2023년이죠. 근원 PCE는 올해부터 2.0%를 돌파하지만 두 가지 고리 중에 하나인 실업률은 지금 전망대로라면 2023년이 돼야 금리인상 조건을 충족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파월 의장은 “실업률만을 보는 게 아니다”라며 정책 여지를 더 열어놨습니다.
이렇게 보면 왜 많은 위원들이 2023년 말까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긴축의 그림자…더 늘어난 2023년 금리인상 전망
중요한 것은 파월 의장의 말도, 이날 나올 경제전망치도 어디까지나 지금 시점 기준이라는 겁니다. 즉, 시간이 흐르면서 예상이 바뀔 수 있다는 거죠. 현 시점에서는 파월 의장의 말을 믿되, 상황 변화를 예민하게 살피면서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날 파월 의장이 테이퍼링을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당분간 아니라는 거지 무한정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파월 의장이 이날 “2~3년 간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이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거꾸로 경기가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이라는 게 꼭 하락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는 것이기 때문에 더 빨리 나아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실제 점도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2023년 금리인상을 예측했던 사람은 5명이었지만 이번에는 7명으로 늘었습니다. 여전히 다수(11명)가 제로금리를 예상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금리인상 쪽에 서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2022년의 경우도 지난해 12월에는 금리인상 예측이 1명이었지만 이번에는 4명이 됐습니다.
경기전망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긴축과 금리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시장의 강력한 요구에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하지 않은 것도 장기채 매입을 확대할 경우 추가 경기진작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일 겁니다. 긴축이 다가오고 있는데 추가로 더 풀 필요는 없겠죠.
파월 의장이 자산가격이 확실히 높다고 한 점도 유심히 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이 발언에 증시가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연준이 긴축 쪽에 눈이 계속 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또 다음 번 경제전망(6월) 발표가 중요하게 됐습니다. 5월에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찍으면 각종 논란이 더 많아지겠죠. 파월 의장이 국채수익률을 신경쓰지 않겠다고 한 만큼 금리도 더 오를 거구요. 계속해서 각종 지표와 증시, 국채금리 추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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