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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범에게 나쁜 날이었다" 범행 두둔한 美경찰…아시아계 이민자들 분노

총격범 '성중독' 언급하며 증오범죄 사건 본질 흐려

SNS에 '인종차별 게시물' 올리기도…계정 돌연삭제

"백인 용의자에 특혜" "경찰이 범인 대변인" 비난 줄이어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이 애틀랜타 총격사건 용의자에 관해 “그에게는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언급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AP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을 살해한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 용의자에 대해 현지 경찰이 성중독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에게는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말해 미국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경찰은 과거 자신의 SNS에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담긴 티셔츠 사진을 올리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에 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용의자 롱이 겪은 하루가 "나쁜 날"이었다고 경찰이 덤덤하게 말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져 아시아계 이민자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가 말한 '나쁜 날'은 장난꾸러기 아이가 말썽을 피웠을 때 내뱉는 질책과 같은 어감이 있어 경찰이 범인에게 온정적이거나 범행을 두둔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베이커 대변인이 과거 인종차별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P통신과 버즈피드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커 대변인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이미지가 게시돼 있었다.

이 셔츠에는 ‘챠이나(CHY-NA)로부터 수입된 바이러스'라는 글이 새겨졌고, 맥주 브랜드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코비드19' 문구가 인쇄됐다. 베이커는 사진과 함께 '내 셔츠를 사랑한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지난 17일 밤 갑자기 삭제됐다. AP통신은 베이커로부터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제이 베이커가 지난 4월 페이스북에 인종차별 티셔츠 사진을 올렸다./트위터 캡처




AP통신은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다루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반대운동 단체인 CAA의 빈센트 판 공동대표는 "이 포스트는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며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과 더해져 우리가 겪은 고통과 아픔, 감정들이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네티즌들 역시 증오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다름 아닌 "인종차별주의자"라며 베이커의 사퇴를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증오범죄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그저 "그에겐 나쁜 날"이라고 말했고, 성중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백인 용의자에 대한 특혜", "희생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대한 경찰 브리핑 영상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하며 논란이 됐다./트위터 캡처


캘리포니아주 지역방송 KESQ의 앵커 앤절라 첸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총격범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무의미한 총격으로 잃었다고 상상해보라"고 질타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나쁜 날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베이커 대변인이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을 앓고 있고 나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8명이 사망했는데 경찰은 총격범이 어떻게 나쁜 하루를 보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총기 반대 단체인 '맘즈 디맨드 액션' 설립자 섀넌 와츠는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이상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TV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일본계 미국 원로배우 조지 타케이도 "이 사건이 증오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며 "용의자를 정신병을 앓는 살인자라고 생각하게끔 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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