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모해위증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19일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확대회의를 열었으나 기존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 열고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재심의한 결과 “혐의가 없어 불기소 처분한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13시간 30분의 ‘마라톤 회의’에서 격론을 펼쳤으나 기존 판단은 유지한 셈이다. 조 직무대행을 포함해 14명이 참여한 투표에서는 ‘불기소’가 1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알려졌다. 또 2명이 기소, 2명은 기권에 투표했다고 전해진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날 확대 회의 결정으로 조 직무대행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 부장 회의에 고검장을 참여시키는 ‘묘수’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기 때문이다. 우선 한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위증 의혹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유지함으로써 검찰의 신뢰 추락은 막았다. 또 앞서 박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법무부와의 격한 대립도 피했다. 대신 회의 참석자를 고검장까지 확대하는 묘수를 썼다. 이를 박 장관이 받아들임으로서 불기소라는 애초 판단을 유지할 기반을 다진 것이다. 반면 박 장관은 ‘무리한 수사지휘 남용으로 검찰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회의에서 기소로 판가름 날 경우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회유·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이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등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에 가속을 붙게 하는 빌미만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와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장관이 앞서 수사지휘를 발동하면서 꺼낸 ‘합동 감찰’이라는 카드가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앞으로 감찰 결과에 따라 법무부·대검이 재차 극한 대립을 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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