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부터 ‘검찰 개혁’을 목놓아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2년 만에 다시 검찰에 손을 내밀었다. 정부 여당이 한국주택토지공사(LH) 땅 투기 논란을 파헤치기 위해 검찰의 수사력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했고 21대 국회에서도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던 여당은 스텝이 꼬였다. 여당이 19일 검찰의 수사 능력을 인정해 특별수사본부 차원의 협력을 요청하는 동시에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밀고 나가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 탓이다. 자칫 문재인 대통령이 우려한 ‘반부패 수사 역량의 후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검찰의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는 ‘중수청법’에 대한 논의가 4·7 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LH 땅 투기 논란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당정청 협의를 열고 검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 투기를 규명하고 발본색원 처벌 등에 대해 어떤 국가기관도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발본색원에 국가 기관의 영역이 어디 있겠느냐”며 “ 필요하면 다 협력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앞서 당정청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 개시 대상 범죄가 발견된다면 직접 수사도 전개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던 여당 입장과 상반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모든 범죄’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로 좁혔다. 21대 국회에서는 이 6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역시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이관하는 ‘중수청 설치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입장을 뒤집고 검찰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정부합동조사단·특별수사본부에 대한 불신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수본은 770명 규모로 18개 시도 경찰청 출신 수사인력 680명, 국수본 경찰 약 60명, 그 외 관계부처 직원 30명 가량으로 구성됐다.
지난 18일 발표된 3월 3주차 전국 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부 조사단의 발표를 어느 정도 신뢰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23%였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에서도 51%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 대해서 ‘제대로 된 수사는 어렵다고 본다’는 응답이 74%로 집계됐다. 이 문항 역시 민주당 지지자와 국정운영 긍정평가층에서도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우세했다. 또 응답자의 77%는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여당의 수사나 재발방지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실시했다.
LH 땅 투기 논란이 터진 후 여당 내 검찰개혁특별위원회 활동도 잠잠해졌다. 검개특위 회의가 공개적으로 열린 것은 지난 4일이 마지막이다. 검개특위 한 관계자는 “법안은 거의 성안됐고 발의 시기를 정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지난 2월24일 중수처법에 대해 “2월 말에서 3월 초에 발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7 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LH 땅 투기 사건도 불거지자 이같은 일정은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당 검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비판의 화살을 ‘검찰’에서 ‘언론’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검개특위 소속의 김승원·민형배·김용민과 윤영찬·안민석·노웅래 의원 등 7명은 지난 17일 ‘부수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한국ABC협회와 조선일보를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의 경우 성실률이 55%여서 2019년 발행 부수 116만부의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