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는 변한다. 경기변동에 따라 곡선을 그리며 상승·수축을 거듭한다. 그 주기를 대략 10~15년 안팎으로 보기도 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10년 주기의 ‘쥐글라파동’과 비슷한 셈이지만 이를 예측하고 선제적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다. 경기가 예측한 대로 움직일지 확신할 수 없고 주택 공급을 결정해도 실제로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정책 시차도 리스크다. ‘뒷북 정책’ 꼬리표가 특정 정권에 상관없이 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도 예측 실패를 감수하고 일관된 공급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게 공공 개발이다.
공공 주도 개발이 요즘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의 주범으로, 개발 독점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야권의 한 정치인은 “공공 주도 개발이 공공 부패를 낳는다”고도 비판했다. 공직자의 투기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고 일벌백계가 마땅하다. 하지만 정책 운영·집행자의 부정과 도덕성 결여를 빌미로 제도까지 싸잡아 폐기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공공 개발을 개발 독점으로 보는 시각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발·공급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민간에 맡겨 공공에도 기여할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그냥 눈감을 수 없는 맹점이 있다. 1990년대로 시점을 되돌려보자. 당시 수도권 택지 부족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준농림지에서 민간이 손쉽게 토지개발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제도가 유지된 8년간 민간 개발 택지는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달했고 그 결과는 난개발과 환경 파괴다. 지금도 용인·화성·남양주·이천 등 수도권 일대를 달리다 보면 도로변에 즐비한 식당, 숙박 시설 등이 그 흔적이다. 도시 주변에 소규모 아파트촌이나 단독주택이 주렁주렁 생겨 붙여진 ‘포도송이’ 별칭은 20여 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물론 난개발이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민간 업체들의 탓만은 아니다. 세수를 노리는 지자체들이 무분별한 개발에 나서고 조례를 풀어 난개발에 면죄부를 준 원인도 있다.
일방적 수용 방식의 공공 개발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택지 개발·조성 등 주도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 또한 해법은 아니다. ‘과잉 공공’이 차악일지언정 ‘공공성 포기’만큼 최악은 아니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큰 수용 방식이나 도심 개발에서 비교 우위인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개선 방안들이 차선이 될 수 있다.
집값이 지금 뛴다고 마냥 우상향 직선을 그리지는 않는다. 수축도 하고 하강기도 온다. 그때도 일관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불공정에 분노하는 민심을 달래는 유일한 길은 주거 공공성 강화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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