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했는데도 과세·손해배상·벌금 등의 기준은 달라지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12년째 그대로 쓰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폭등했는데도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으로 2009년에 정한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는 6년 만에 무려 10배나 늘었다. 게다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까지 상향 조정될 예정이어서 과세 대상은 더욱 급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소수 고가 주택·다주택 보유자에게 과세한다는 종부세 도입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초저금리 시대인데도 민사재판에서 손해배상금 등에 적용되는 법정이자율이 상법에서 연 6%, 민법에서 연 5%로 59년, 63년째 묶여 있다. 민법과 상법이 각각 1958년, 1962년에 제정된 후 한 번도 법정이자율이 바뀌지 않았다. 소송이 길어질 경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소송가액의 3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벌과금도 화폐가치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 투기꾼은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서로 농지 2만여㎡를 사고팔아 35억 원의 차익을 냈는데도 징역 1년에 벌금 1,000만 원만 선고 받았다. 2018년 개정된 농지법 58조에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징역형 1년에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하도록 한 국회 법률안 표준화 기준에 따라 개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벌금액은 투기 방지 효과를 거두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법 45조에 규정된 벌금 최저치 5만 원이 1995년 개정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등 각종 법률의 벌금액이 제때 수정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는 급변하는 현실을 감안해 법에 규정된 과세·벌금 기준 등을 꾸준히 손질해가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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