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희옥칼럼] '가짜 친구(superficial friend)'인 미·중 관계의 표리(表裏)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

미·중 앵커리지회담서 거친 기싸움

화해 모드까진 한반도 시계 불투명

한반도문제 관련 오독·잘못된 정보

美 대북정책에 투입 안되게 집중을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 바이든 미 정부 출범 이후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이 지난 18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손님을 앞에 두고 “중국은 세계 질서를 흔들어 지구촌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바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중국은 “자신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주제에 타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맞받았다. 이틀 동안 세 차례 만났지만 공동성명이나 언론 발표문도 내지 못하고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이러한 갈등은 바이든 정부가 ‘국가안보전략 지침’을 발표하고 홍콩과 신장위구르의 민주화와 인권 문제에 날을 세운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블링컨 장관이 자랑스럽다고 추켜세웠고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의 발언에 환호했다. 이렇게 보면 미중 관계의 기싸움은 적어도 오는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까지 대타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미중 관계의 관건은 협력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당분간 미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다. 미국도 ‘민주주의와 그 적들’이라는 구도 속에서 동맹을 불러 모아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행태를 바꾸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은 부상한 중국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고 다시 확인했고 중국도 미국의 신외교가 엄포가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미중 양국이 상호 신뢰가 부족한 ‘가짜친구(superficial friend)’라는 점에서 배신 때문에 갈등을 심화시키기보다는 전략적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9시간에 걸친 회담 중 국내 청중을 고려한 기자 앞에서의 거친 설전을 빼고 나면 양국 대표단의 설명대로 기후변화, 핵 비확산, 글로벌 방역 등 협력 의제가 논의됐다. 미국은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고 확인했고 중국도 미국이 절실하게 필요한 대담한 경제협력 안을 물밑에서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중 양국이 신냉전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것은 과거와 달리 힘의 분포가 변했고 상호의존이 무기화됐으며 중국을 때린다고 미국병이 치료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들 역시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에 대한 부담이 있고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대미 편승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쿼드 정상회의 직후 발표한 ‘쿼드의 정신’이라는 공동성명에서도 이 기제가 ‘중국’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한 자루의 칼만 갈겠다”며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혁신 산업과 과학기술 자주화에 대한 정치적 결기를 보였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버린 채 국내 소비를 돌려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치적 동원을 통해 단기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모면할 수 있겠지만 오래지 않아 마법이 풀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중 양국이 외교적 체면(sensibility in diplomacy)을 살리면서 양보의 시기와 내용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다.

다만 당분간 미중 간 기싸움이 협력으로 바뀔 때까지는 한반도 시계(視界)도 불투명하다.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 역할론을 요구하고 한국에도 중국에 대한 태도를 집중적으로 묻게 될 것이다. 북한도 문을 닫은 채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만을 반복할 것이고 중국도 이런 상태에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성과지향적 정책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오독과 잘못된 정보가 미국의 대북 정책 리뷰에 투입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미중 협력이라는 기회의 창이 열릴 때 다시 평화의 제도화를 위해 일보 전진을 할 수 있다.

/여론독자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