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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동급생이 회장 됐는데 ... 학교선 "가해자도 권리 있어"

임원자격 제한 교칙 찾기 힘들고

교사도 일일이 학폭전력 확인못해

피해 학생들의 고통만 가중 지적

사진=이미지투데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인 A 군은 수년간 자신을 괴롭혀온 동급생 B 군이 새 학기 반장이 되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봤다. 등하굣길 내내 A 군의 가방은 B 군에게 축구공이나 마찬가지였다. 급소를 때리는 등 폭행은 예사였고 친구들 앞에서 A 군의 부모까지 욕보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B 군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징계를 받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뒤 학급 반장이 됐다. A 군은 마치 학교와 선생님이 자신에게 등 돌린 것 같은 처참한 기분을 느꼈다.

최근 학교 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가해 학생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반장이나 학생회장 등 교내 임원에 선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관계 법령이나 학교 교칙에도 이를 막을 수단이 없어 피해 학생들의 고통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B 군이 반장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 군의 부모는 이달 초 학교를 찾아 B 군이 반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A 군의 부모는 “B 군 측이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고 교육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인 A 군은 학폭 후유증으로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스트레스성 탈모 증세 등을 보여 지금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새 학기 많은 교원이 교체된 탓에 앞서 B 군이 징계받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A 군 부모에게 “추후 가해 학생은 임원이 될 수 없는 조항을 교칙에 추가하겠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교칙상 근거가 없어 B 군의 반장직을 박탈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에 따르면 학폭 조사 및 처리 절차, 피·가해 학생 조치 등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가해자의 학생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대목은 없다. 개별 학교의 교칙에서도 학급학생자치회 조직 및 자격을 명시한 규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임원 선거가 학기 초에 열리다 보니 새로 학급을 맡은 담임 교사들도 일일이 가해 학생들의 학폭 전력을 확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필터링 장치가 없다 보니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할 임원 자리에 버젓이 학폭 가해자가 선출되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 캡처


피해 학생 측에서 교칙 개정을 요구해도 학교가 거부하면 도리가 없다. 자녀에게 학폭을 일삼은 학생이 전교회장이 됐다며 분노한 한 학부모는 학교 측에 교칙 개정과 함께 해당 학생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학교 측의 답변은 “가해 학생의 권리도 중요하다”며 교칙 개정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선생님들 앞에서는 잘하지만 뒤로는 학폭을 저지르는 소위 ‘엘리트 일진’들이 늘고 있다”며 “일정 수준 이상 징계를 받은 학생은 자치회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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