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1% 안팎씩 하락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1.63%대로 떨어졌지만 유럽과 미국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떨어졌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하원 발언도 별 내용이 없었습니다.
실제 파월 의장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날의 발언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옐런에 쏠린 관심…인플레 얘기, 파월 의장 모두 발언에서 빠져
이날 주요 내용은 아래 3가지입니다.
① 기저효과와 수요증가에 올해 일부 물가상승 가능
② 하지만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인플레는 없어
③ 재정정책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 사실성 적어
예전과 같은 얘기로 새로운 게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입장 바뀐 게 없다만 알고 있어도 되긴 합니다.
그럼에도 이날 분위기를 좀 더 살펴보면, 사실 이날 청문회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 위주였다고 봐도 됩니다. 증세와 코로나19 부양책 집행문제(주정부와 지방정부 용처 등), 중소기업 지원, 기후변화 등 지역구를 갖고 있는 의원들의 관심이 더 큰 쪽으로 질문이 쏠렸죠.
실제 한국에서도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과 한국은행 총재가 함께 국회에 나오면 질문은 기재부 장관에 쏟아집니다. 미국도 그런데 상당 수의 질문이 옐런 장관에게 몰렸고 파월 의장은 의원의 질문시간이 다 돼 답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화정책 부문에서 더 물고 늘어지는 것이 없었다는 뜻이죠.
어쨌든 이날 파월 의장은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침체의 낙진이 실질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졌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훨씬 개선됐다(much improved). 최악의 상황은 의회와 연준, 연방정부,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는데요.
나머지 모두 발언은 이전과 대동소이합니다. 코로나19 백신과 경제활동 재개가 긍정적이고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르지만 고용시장이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서비스분야 침체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이날 모두 발언에서 인플레이션 얘기가 쏙 빠졌다는 겁니다. 3월 FOMC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보다 길게 설명했는데 이번에는 안 한 것이죠.
파월 의장이 이를 실수로 빠뜨렸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① 실제 인플레이션을 크게 우려하지 않거나 ②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길 원하거나 ③ 굳이 언급해 시장을 자극할까봐 걱정했거나 셋 중의 하나일 겁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카플란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을 잘 안다”고 했습니다. ②나 ③에 더 가깝다는 얘기입니다.
재정부양책 인플레 영향 적어…SLR 효과에 대해서도 답변 미뤄
이날 파월 의장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이어 3조 달러짜리 추가 인프라 투자가 나오는데 인플레이션에 영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올해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수 있다”며 “기저효과가 있고 그 이후에는 경제활동 재개를 하면서 수요가 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서 최선의 전망은 이같은 인플레이션 효과나 특별히 크거나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우리가 언급하지 않는다.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역시 기존 답변을 되풀이한 것인데, 재정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물가상승률이 올라가도 일시적·제한적이라고 답변한 것 자체가 추가 재정부양책이 나와도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한 꼴이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이 부양책이 반갑지 않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또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완화조치가 시장에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됐느냐는 식의 질문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말씀 드리기 쉽지 않다. 어렵다”고 피해갔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낚시성이었는데 SLR이 큰 도움이 안 됐다고 하면 그럼 그동안 왜 했느냐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 도움이 됐다고 하면 국채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겁니다. 국채금리 관리에 도움이 되는 걸 끝냈다는 것이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죠.
어쨌든 이날 파월 의장은 “국채 수익률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는 식으로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국채금리 변동 자체는 연준이 볼 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카플란, “내년에 물가상승 안정화할 것…개인적으로 2022년 금리 인상 전망”
앞서 언급했던 카플란 총재는 이날 몇 가지 새겨볼만한 얘기들을 했는데요. 그는 “개인적으로는 올해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부족과 수요증가, 금속과 반도체, 목재 이슈 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업들로부터 얘기를 들어보면 수요공급 문제는 내년에 끝날 것”이라며 “나는 여전히 기술혁신이 (물가안정에) 강력한 힘이며 2022년에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안정화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다만, 그 수준은 여전히 2%나 그 이상인데요. 카플란 총재는 “(3월 FOMC에서) 자신은 2022년 금리인상을 전망했다”며 “두 가지 목표(고용과 물가)에 지속적인 명확한 진전이 있으면 국채매입을 줄이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적완화(QE) 축소가 먼저라는 것이죠.
물론 그는 채권매입 축소가 올해가 될 수 있느냐는 말에는 “우리는 시간 개념으로 얘기하지 않고 사후 결과 기준으로 말한다.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목표가 달성된 후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목표달성이 빨라지면 긴축도 빨라지고, 그렇지 않으면 연준 예상대로 더 뒤에 긴축을 시작할 것입니다. 찰스 플로서 전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본다”며 “파월 의장이 수익률곡선제어(YCC) 같은 추가 완화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 상황에서는 부작용만 더 크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판단이 맞다는 건데요. 당분간은 연준과 시장의 두뇌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 드린 대로 다음 번 경제전망 수정이 나오는 6월 FOMC 때까지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동안은 파월 의장의 말 한마디나 상황 변화에 국채금리와 증시의 변동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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