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 쓰요시는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에 일본인으로서는 처음 출전한 유명 야구 선수다. 그가 고등학교 졸업 후 첫 프로야구 구단으로 한신 타이거스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신의 홈구장이 고시엔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매년 이 구장에서 열리는 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에 3년 내내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한을 풀려고 했다는 것이다.
고시엔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한신의 홈구장이자 전국 고교 야구 선수권 대회의 다른 이름이다. 고시엔(甲子園)이라는 이름은 구장이 완공된 1924년이 갑자년이라는 인연으로 붙여졌다. 전국 4,000개가 넘는 고교 야구팀, 16만여 명에 달하는 선수의 첫 번째 꿈은 대학 입학이나 프로야구 구단 입단이 아니다. 고시엔의 흙을 한 번이라도 밟아보는 일이다. 지역 예선을 거쳐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까지는 최소한 10번 이상 이겨야 한다. 참가 자체가 워낙 어렵다 보니 고시엔에서 진 팀 선수들은 구장의 흙을 고향에 가져가는 전통이 있다. 내년에 이곳에 다시 와 흙을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선수뿐 아니라 일본 국민들은 대회가 열릴 때면 한데 어우러져 젊음과 승부를 만끽하는 전국 축제를 벌인다. 고시엔은 마이니치신문이 주최하는 봄 고시엔과 아사히신문이 주최하는 여름 고시엔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여름 고시엔이다. 고시엔 최고의 전설은 아마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일본의 야구 영웅 마쓰이 히데키다. 그는 1992년 여름 고시엔 2회전에서 상대 팀 투수로부터 5연속 고의사구를 당했다. 팀은 졌지만 히데키는 홈런 한 방도 날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국 최고의 강타자가 됐다.
올해 93회째인 봄 고시엔에 한국계인 교토국제고 야구팀이 외국계로는 사상 처음 출전했다. 전교생이 130명인 미니 학교인데도 24일 열린 첫 시합에서 연장 승부까지 펼치며 당당히 역전승을 일궈내 파란을 예고했다. 이날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교가는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퍼져 나갔다. 다만 자막 표기는 우익의 공격 등을 우려해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바뀌었다. 내일의 주역들이 펼치는 감동의 드라마를 계기로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는 한일 관계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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