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증시에서 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기업공개(IPO) 신청을 철회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지 최대 민영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의 상장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증시에서 IPO 신청을 취소한 기업들은 총 84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하이거래소에 개설된 기술 기업 전용 시장인 ‘커촹반’과
선전거래소의 ‘차이넥스트’에서 상장 철회가 속출했다. 지난해의 경우 IPO 신청을 취소한 업체는 1분기 기준 9곳에 불과했다.
올해 IPO 철회가 급증한 것은 증시 감독 당국이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처럼 상장 제도로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채택한 커촹반은 복잡한 IPO 절차를 간소화해 적자를 내는 신흥 기업도 상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감독 당국이 상장 신청 기업에 대한 현장 심사를 진행한 후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 퇴짜를 놓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리차의 커촹반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지리차는 자동차 업종 중 처음으로 커촹반에 2차 상장을 추진해왔다.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였다. 하지만 현지 당국이 기술기업을 상장시키는 커촹판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최근 지리차의 상장을 중단시켰다.
홍콩 증시에서도 상장 열기가 움츠러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은 당초 계획했던 홍콩 증시가 아닌 뉴욕 증시에서 첫 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홍콩 상장에 나설 경우 현지 당국이 운전사를 시간제로 운영하는 등 사업관행에 대해 더 엄격하게 심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는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디디추싱은 100억달러(약 11조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다”면서 “이는 250억달러를 조달했던 알리바바 이후 중국 기업의 역대 두번째 뉴욕 증시 IPO 흥행 기록”이라고 전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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