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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팬데믹과 미래 도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팬데믹 이후 사회에 변화 오겠지만

대다수 사람은 대중과 떨어져 못살아

코로나 사태 이전 생활·근로방식 중

상당 부분 제자리 찾을 가능성 커

폴 크루그먼




아이작 아시모프가 지난 1957년에 펴낸 공상과학소설 ‘벌거벗은 태양(The Naked Sun)’은 세상과 고립된 상태로 로봇 도우미와 함께 생활하며 비디오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대면 접촉의 부재가 어떻게 인간성을 왜곡하고 성장을 가로막는지 보여준다. 지난 1년간 집에서 일한 근로자들은 아시모프의 작품에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물러난 후 우리는 과연 어떤 사회에서 살게 될까.

물론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역사적 사실이나 가상 모델을 통해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첫째, 팬데믹 이전 사회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생활 방식과 근로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 1년간 강요된 고립 생활은 재택근무를 ‘유치산업보호론’의 고전적 사례로 만들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국제 통상 정책과 관련해 알렉산더 해밀턴이 체계화한 개념이다.

해밀턴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함에도 신생 국가인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품들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산업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정 수입품에 대한 잠정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정부가 지원을 한다면 국내 산업은 충분한 경험 축적과 기술 발전을 통해 경쟁력을 얻게 된다는 이론이다.

유치산업론에 기초한 정책은 늘 논란거리다. 그러나 팬데믹은 이전의 근로 형태를 불가능하게 만들면서 우리로 하여금 재택근무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만들었다.

설사 팬데믹이 물러간다 해도 장거리 출퇴근, 영양가 없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항공 여행 등 과거의 일부 근로 형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팬데믹 이전의 낡은 생활 방식과 근로 방식 중 상당 부분은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10년 전 많은 사람들은 종이 서적과 서점들이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는 적중했다. 전자책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했고 주요 서점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전자 도서의 성장세는 종이 서적에 대한 수요를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채 2010년대 중반 이후 정체된 상태다. 대형 서점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긴 했지만 독립 서점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온라인 독서 혁명이 왜 이리 제한됐을까.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는 게 편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종이책은 e잉크로 쓰여진 전자 도서와는 다른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책방에서의 책 구경 또한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준다. 온라인에서는 필자가 찾는 모든 책을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서점, 특히 도서 분류와 정리가 잘돼 있는 독립 서점에서 필자는 찾던 책은 아니지만 장서로 부족함이 없는 보물 같은 책과 종종 마주친다.

원거리 근무 혁명은 온라인 독서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큰 규모로 전개될 것이다. 집 혹은 번잡한 도심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하는 온라인 근무는 확실한 이점을 지닌다. 일단 주거와 작업 공간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짧거나 전혀 없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설사 화상 회의를 자주 한다고 해도 최소한 허리 아래까지 차려입을 필요가 없으니 의상비 역시 절약된다.

반면 사무실로 돌아가는 데 따르는 이점은 그리 뚜렷하지 않다.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의사소통을 하거나 예정되지 않은 마주침을 통해 혹은 도시 생활의 편리함 등에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런 미묘한 이점들이 현대의 도시 경제에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덮치기 전까지 주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은 대도시와 나머지 지역 간 경제적 차이를 벌리는 데 기여했다. 온라인 작업이 뜨면서 이런 추세에 흠집이 났지만 아마도 추세 자체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도시의 부흥이 모두 아름답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사치와 화려함을 선호하는 부유한 미국인들의 취향을 반영할 것이다. 도시가 번창하는 부분적 이유는 싫든 좋든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이 지닌 재력과 힘이 경제의 형태를 결정한다. 휴식 시간에 커피를 마시거나 퇴근 후 맥주잔을 부딪치며 나누는 정보 교환과 아이디어 짜내기도 도시가 번영하는 이유다.

2023년의 삶과 노동은 2019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 사무실로 출근하겠지만 과거에 비해서 빈도는 줄어들 터다. 도시의 사무실 공간은 공급 초과 현상을 빚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대중과 아주 멀리 떨어져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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