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전기·전자 기기 제조 업체인 히타치제작소가 히타치금속과 히타치건기(건설기계)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정보기술(IT) 등 주력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히타치는 이달 안에 히타치금속 주식 전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미국 투자 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민관 합동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연합,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일본산업파트너스연합이 최종 후보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는 히타치건기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히타치가 두 회사 매각에 나선 것은 주력 사업인 IT 분야와 별다른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히타치는 기업 분할과 분할 기업을 상장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확대하는 전략을 폈지만 수익성 악화로 고전해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2008회계연도에 8조 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후 히타치는 기업 전략을 선택과 집중으로 바꾸고 구조조정에 나서 필요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20여 곳에 이르던 상장 자회사는 현재 히타치금속과 히타치건기 2곳에 불과하다.
반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위스의 중전기 대기업인 ABB의 송배전 사업 인수다. 히타치는 지난해 8조 원 넘게 투자해 ABB가 분사한 송배전 업체 주식 80.1%를 취득한 후 스위스에 합작사인 ‘히타치ABB파워그리드’를 설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히타치가 유일하게 남은 상장 자회사 매각에 나섰다”며 “그룹의 오랜 구조 개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히타치그룹 산하 히타치조선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 개발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히타치조선은 3일 도쿄에서 열린 배터리 관련 행사에서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 가장 용량이 큰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영하 40도부터 영상 100도까지 정상 작동한다. 이는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연내 발표하기로 한 도요타의 기술력보다 앞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