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자 환자가 무릎이 아파 내원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했으니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자신했는데 어느 날 무릎이 아파 집 근처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무릎 연골이 많이 닳았을 뿐만 아니라 근육도 약하다는 것이다.
“너무 속상합니다. 운동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연골도 닳고 근육까지 약하다니….”
속상해하는 환자의 눈빛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사실 50~60대 이후에도 건강한 관절을 원한다면 좀 더 일찍 관절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어야 했다. 환자의 경우처럼 50대 중반부터 운동을 시작한다면 늦은 감이 있다.
일반적으로 뼈와 연골, 근육은 30~35세쯤 성장이 최대치에 달한다. 뼈와 연골의 경우 35세까지 성장하다가 이후 20년 정도 유지한 후 55세부터 점차 약해진다. 근육도 마찬가지다. 30세를 기점으로 근육량이 점점 감소해 30대를 거치는 10년 동안 1년에 3~5%씩 감소하다 나이가 들수록 감소량이 줄어 80대에 이르면 근육량이 30대 때의 절반밖에 안 된다. 특히 여성은 폐경 이후 연골이나 뼈가 급격히 약해지고 근육도 남성보다 빨리 감소한다. 여성호르몬이 뼈를 생성하고 파괴를 막아줄 뿐 아니라 근육을 만드는 데도 일조하기 때문이다.
일단 뼈와 근육이 정점을 찍고 약해지기 시작하면 운동을 해도 젊었을 때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 60대 환자가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도 뼈와 근육이 약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젊었을 때 운동을 열심히 했어도 50대 이후에는 노화로 약해진다.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30대 초중반이 될 때까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면 50대부터 약해지더라도 관절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100이 떨어지더라도 200에서 떨어지는 것과 150에서 떨어지는 것은 두 배나 차이가 난다. 뼈와 관절, 근육이 한창 좋을 때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50~60대 이후에는 근력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육이 잘 살아나지 않는다. 근육량이 자꾸 줄어 운동으로 근육이 좋아지는 속도보다 약해지는 속도가 더 빠른 탓이다. 이처럼 50대 이후에는 현상 유지가 최선일 수 있다. 더 좋아지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젊고 건강할 때 열심히 노력해 가능한 한 최고점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건강하니까 몸을 잘 챙기지 않는 것도 있지만 사회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입시와 취업 준비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공부를 하느라 잠도 잘 못 잔다. 운동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20~30대는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하니 한창 뼈와 근육이 좋을 나이에도 최고점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니 50대 이후 관절 건강이 좋을 수 없다. 뒤늦게 정신 차려 운동을 시작하고 건강 보조 식품을 먹어도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60대 환자는 뼈와 근육을 가장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젊은 시절을 그냥 흘려보낸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러면서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뒤늦게 노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허망해했지만 그렇지 않다. “늦더라도 그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고 용기를 드렸다. 60세가 넘었어도 챙기고 보살피면 근육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고 연골도 다시 젊었을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나빠지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며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청춘을 돌려다오’라는 노랫말이 문득 생각난다. 필자도 돌이켜보면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운동은커녕 공부하고 진료 보느라 바빠 잠이 모자라고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뒤늦게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하지만 마음 같지 않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그리고 환자들에게 얘기한다. 가장 좋은 때를 놓쳤어도 길은 있다고.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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