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항해 미국이 주도하는 ‘거대 경제 블록 구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세계에 미치는 중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 확장을 막기 위해 ‘맞불’을 놓겠다는 것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對) 중국 압박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이하 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 국가들이 주축이 돼 이끄는 (일대일로와) 유사한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하며 이 같은 구상을 전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중화(中華)의 확장’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안해 시작됐으며 중국이 저개발 지역의 인프라 개발로 ‘우호 국가’를 늘려 궁극적으로 친중 세력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일대일로 협력 사업에 138개국, 31개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이들 국가가 일대일로와 연계해 추진하는 철도·항만 등 인프라 프로젝트는 총 3조 7,000억 달러(약 4,200조 원)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됐음에도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중국과 일대일로 국가 간의 무역액만도 9,634억 달러에 달할 만큼 성장세가 거침없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일대일로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컸다. 중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일대일로의 승승장구는 곧 미국의 영향력 축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미국도 트럼프 정부가 2017년에 시작한 안보 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민간 자본 중심의 경제 개발’을 한 축으로 넣으며 경제권 확장에 나섰지만 아직 일대일로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미국을 초월해 세계 최강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직후 ‘일대일로 대항마’ 구상을 공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다.
중국도 ‘반미 동맹’을 강화하며 미국의 응전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과 이란은 27일 향후 25년간 정치·경제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약속하는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 등과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는데 이번 이란과의 협정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란 측은 이번 협정이 일대일로 사업 참여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협정에 따라 이란에 원자력 에너지와 항만·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군사 기술 이전 등을 제공한다. 중국은 대가로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게 된다. 중국은 이란이 서방의 제재로 압박을 받을 때 계속 이란의 우군 역할을 했고 오히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기도 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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