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계에서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생존 작가 3번째로 꼽히는 독일의 추상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89)의 대표작이 한국에 왔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 재단의 미술관인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전시가 7월 18일까지 열린다. 프랑스 명품 재벌이자 컬렉터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수집한 이 작품이 유럽 밖으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 이후 15년 만에 열린 리히터의 알찬 개인전이다.
리히터는 2007년 독일 쾰른 대성당의 부서진 남쪽 스테인드글라스를 디자인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72가지 다채로운 색채를 1만1,500장의 수공예 유리 조각으로 구성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돔펜스터(Domfenster)’를 제작했다. 자유로운 색상 배치는 특별히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추출한 것이었는데, 이 방식이 ‘4,900가지 색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4,900개의 색채가 쏟아져 내리는 별처럼 눈부시게 공간을 에워싸고 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이라 색의 존재감이 최고조로 빛난다. 빨강·노랑·파랑·녹색의 4원색을 컴퓨터 프로그램의 무작위 추출로 배열, 폭 약 25㎝의 패널에 가로·세로 5개씩 총 25개의 색을 조합했는데 이것이 총 196개로 전체 4,900가지 색깔을 만든다.
격변의 시대상을 독보적인 추상회화로 그려낸 리히터의 색(色)은 700여 년 전 과거와도 소통한다. 이것이 리히터가 시대를 초월한 명품 작가로 칭송받는 이유일 것이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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