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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하차 인력난 해법 놓고 갑론을박…"외국인 전체로 확대해야" vs "처우개선 먼저"

일각 내국인 일자리 잠식 우려…"합법적으로 외국인 인력 채용할 방법 마련해야"

서울의 한 택배 터미널 컨베이어벨트 옆으로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택배 상하차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 외국인 동포의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취업 대상을 외국인 노동자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취업 가능한 외국인 동포가 제한적인데다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외국인 불법 고용이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택배 상하차 인력난은 근로자 처우개선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맞서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택배 상하차 업무에 내국인이 지원하지 않는 경우에 한정해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외국인 동포 인력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부처인 법무부는 2주 동안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한 사업장에 최대 10명까지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 외국인 동포가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H-2 비자는 물론 일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비전문취업(E-9) 비자가 있어도 외국인이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면 불법이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인력의 전면 취업 허용 없이 택배 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택배 상하차 업무는 장시간·야간 근로는 물론 체력 소모가 심하다.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전형적인 3D 업종으로 이미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외국인들로 부족한 일손을 메꾸고 있다. 택배 상하차 업무 위탁 사업장을 운영 중인 이 모 씨는 “한국 사람들은 힘든 일을 잘 안 하려고 하는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투잡’이나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많다”며 “외국인들이 없으면 3D 업종은 유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고용부가 2019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 상하차 현장 조사대상의 21%가 외국인을 불법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영계는 택배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인력난 해소를 꼽고 외국인 고용을 전면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처우 개선이 선행되면 내국인 인력 부족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민욱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상하차 알바는 지옥의 알바라고 불릴 만큼 힘들기 때문에 내국인 고용이 어려운 것”이라며 “외국인 고용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환경 개선 없이 외국인에게 일을 시키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외국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노조도 지난 24일 “이주노동자를 업무에 투입하기 전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최근 입장문에서 “H-2 비자 취득자들이 죽음의 물류현장에 들어갈 리도 만무하다”며 “E-9 비자로 확대돼 싼값에 자유롭게 인력을 수급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택배 상하차 사업주인 공 모 씨는 “조선족들도 하지 않으려는 업무인데다 외국인들은 불법 고용이기 때문에 처우가 더욱 열악한 것”이라며 “불법 체류자가 아닌 외국 인력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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