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직전 자신의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 올린 것으로 확인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논란 하루 만에 전격 경질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을 곧바로 임명했다. 4·7 재보궐선거와 부동산 개혁 과제를 앞두고 성난 민심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이호승 현 경제수석비서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사퇴하게 된 김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전날 자신의 전셋값 인상이 논란을 일으키자 이날 아침 문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강하게 표시했다. 관보 등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29일 본인과 배우자의 공동 명의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리는 계약을 맺었다.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의 교체를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결정했다. 지난해 말 김 전 실장이 사의를 표했을 때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현안이 많아 교체할 때가 아니다”라며 반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응인 셈이다. 선거와 부동산 적폐 청산 작업을 앞두고 이를 지휘해야 할 정책실장에게 흠결이 나타난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민심 이반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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