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착용한 마스크를 사용한 후 반드시 양쪽 고리를 끊거나 자른 후 버린다. 김 처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줄곧 이 같은 마스크 폐기 방식을 식약처는 물론 주변에 전파하고 있다. 식약처 직원들은 이렇게 버리는 방식이 습관이 됐을 정도다.
현재 질병당국 등은 ‘마스크를 여러 번 접어 작게 만들기’ 혹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기’를 권하고 있다. 김 처장이 여기에 더해 마스크 고리를 끊어 버리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환경파괴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영국에서는 남부 에식스의 야생동물병원에서 어린 갈매기 한 마리가 마스크 고리에 다리가 걸려 걷지 못하는 모습이 포착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마스크 고리가 다리를 조여 갈매기의 다리 관절이 크게 손상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스크 고리 자르기’ 캠페인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김 처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방역 현장을 진두지휘 해 온 만큼 이런 사안을 접하고 마스크 폐기 및 재활용 방식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마스크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며 “환경을 위해 마스크 줄을 잘라 버리는 정도의 작은 수고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집계에 따르면 3월 4주(22~28일) 한 주간 국내에서 생산된 의약외품 마스크 총 생산량은 1억401만 장에 달한다. 국내에서만 지난해 2~12월 10개월 간 약 65억 장의 마스크가 생산됐다. 전세계적으로 매 달 1,290억 장의 마스크가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지만 “마스크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마스크를 무단투기하면 바람에 날아가거나 물에 떠내려가 생태계에 위협을 준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잘 싸서 버리고 이를 소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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