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연 1.777%까지 치솟으면서 부담으로 작용했죠.
월가에서는 오르내림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금리상승이 불가피하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보다 경기가 급격하게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리는데요. 시장의 분위기를 알아보겠습니다.
낙관론이 이끄는 금리 상승…소비자신뢰지수 109.7 급등
이날 톰 하인린 US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금리 인상에는 두 가지 다른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이고 다른 것은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라며 “최근에는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금리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소비자지표에서 드러납니다. 3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109.7로 급등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시장 전망치는 96.8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118.8) 이후 최고치인데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정말 대단한 숫자가 나왔다. 소비자신뢰지수가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미 국채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이것을 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우려지만 경기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날 10년 물은 1.777%까지 상승했다가 1.72%대까지 내려왔지만 7년·5년물 등 주요 국채금리가 모두 올랐다가 내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만큼 소비자 관련 지표가 매우 중요합니다.
주택가격 상승 15년 만 최고…“바이든, 정부가 경제성장 이끌 수 있다는 믿음”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주택시장은 상승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데요. 주택가격 변화를 추적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가 지난 1월 전년 대비 11.2%나 폭등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 2월 이후 약 15년 만에 최대치인데요. 작은 도시부터 대도시까지 모조리 집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도 “집값이 미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집값 상승이 렌트비 인상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퍼스트 아메리칸 파이낸셜의 부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오데타 쿠쉬는 “지금은 단순히 판매자 우위가 아니라 판매자가 수퍼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곧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1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대책이 베일을 벗습니다. 인프라 투자계획이라고 쓰고 경기부양·일자리 대책이라고 읽으면 되는데요.
여러 차례 보도된 대로 이날은 도로와 교량, 철도, 제조업과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타깃으로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프라 투자계획을 2개로 쪼갰는데 하나는 사회기반시설 투자 쪽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과 보육 등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죠.
전체적으로 최소 3조 달러에서 4조 달러 정도의 계획입니다.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이어 3달도 안 돼 천문학적인 돈이 또다시 풀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백신접종 확대와 규제완화 등이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어떤 식으로든 경기회복 속도는 빨라지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정부는 정부가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겔 “연말 증시 더 오를 것”…다가오는 세금인상에 공화당도 변수
물론 인프라 대책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바이든 정부는 세금인상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1조9,000억 달러 때도 그랬지만 이번부터는 본격적으로 공화당이 대놓고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3조 달러 이상의 인프라 투자대책과 세금인상 위협은 공화당의 분노를 불러올 것”이라고 봤는데요. 악시오스는 “민주당 내 일부 온건파 의원들도 세금인상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은 대표적으로 증세를 반대하는 인물입니다. 어떤 식으로 증세가 이뤄지든 민주당에서 1명만 이탈하면 치명타라는 점에서 조 맨친 의원의 중요성은 큽니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조 맨친이 이것(증세)의 상당 부분을 컨트롤할 것”이라며 “내 생각엔 결과적으로는 인프라 투자액 규모를 완화함으로써 맨친이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상원 투표로 가면) 51대50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주 인프라 관련 발표에서 증세계획이 함께 나올 것으로 본다. 증세는 기업 이익을 빼앗아 갈 것”이라면서도 “올해 이익이 좋을 것이기 때문에 연말 기준으로 보면 증시는 더 올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인프라 투자계획에 들어있는 5세대(G)와 청정에너지 덕분에 반도체 관련주가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봤는데요. 31일 나올 인프라 투자계획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국 경기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에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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