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이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대의 미사일 개발 전략이 과거와 달리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게 아닌 한국을 겨냥한 남북 간 미사일 개발 경쟁의 결과라는 해석을 내놨다. 나아가 최근 북한이 액체 연료에 비해 군사적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제트엔진을 탑재한 순항 미사일 개발 궤도에 진입하며 한반도의 새로운 국면의 미사일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21년 3월 21일, 북한은 평안남도 일대에서 서해 바다 방향으로 순항 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북한은 나흘 뒤인 2021년 3월 25일, 함경남도 일대에서 동해 바다 방향으로 탄도미사일 2기를 발사했다. 무려 1년 만의 탄도미사일 발사다.
장철운 통일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전략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크게 변화한 점을 주목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북한 미사일 개발 전략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탄도 미사일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사거리 연장 방향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북한은 미사일 개발 진척 속도를 조절하며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했다.
반면, 김정은 시대의 미사일 개발 전략은 속도 조절 없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미사일 개발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오히려 김정은 시대의 미사일 개발은 본격적으로 남한과 북한 간의 미사일 개발 경쟁에 들어섰다는 징후를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열병식에서 ‘화성-15’ 미사일보다 더욱 굵고 길어진 새로운 초대형 탄도 미사일을 선보였고,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이를 두고 “전 지구권 타격 로켓”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고체 연료 사용 탄도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했다. 고체 연료는 액체 연료에 비해 필요한 부수 장비의 수가 적다. 또 발사하기 일정 시간 전에 연료를 따로 주입하지 않아도 되며, 발사하지 않을 경우 연료를 다시 빼낼 필요가 없어 군사적 용도에 더욱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지난 2015년 1월,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에서 고체 연료 탄도 미사일을 사용하는 ‘북극성-1형’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의 사출 시험을 진행했다. 북한은 이어 2017년 2월에 북극성-1형 SLBM을 지상발사용으로 개량한 ‘북극성-2형’의 시험 발사를 단행했다. 북한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신형 전술유도무기,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극성-3형 SLBM 등 고체 연료 사용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북한이 지난 25일 발사한 탄도 미사일을 두고 “이미 개발된 핵심 기술을 개량한 고체 연료 엔진이 탑재됐고, 2.5t에 달하는 탄두가 실렸고, 6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군 당국이 지난해 3월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고체 연료 지대지 탄도 미사일 ‘현무-4’의 스펙과 비슷하다. 앞서 ‘현무-4’는 탄두 중량 3~4t, 사거리 500㎞ 형태와 탄두 중량 2t, 사거리 800㎞ 형태 2가지 종류가 개발됐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더는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작용되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1년 만에 남한이 개발한 미사일과 비슷한 역량을 가진 탄두미사일을 따라잡는 개발을 선보인 셈이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앞으로 미국이 아닌 한국을 겨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장 연구위원은 우리가 안보를 위해 군사력을 증강할수록 북한 역시 군사력이 증강되는 남북간 ‘안보 딜레마’ 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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