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4·7 재보선을 앞두고 31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 여당은 주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면서 “여러분(국민)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추진을 약속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공공 주도 재개발·재건축의 민간 참여를 약속했다. 여당은 또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황급히 약속하고 공시가 인상률 조정도 다짐했다. 검찰 수사권 전면 박탈을 밀어붙이다가 갑자기 부동산 투기 수사를 하라며 검찰에 총동원령까지 내렸다.
여당의 돌변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동안 시장 원리를 거스른 부동산 정책 탓에 집값이 폭등했는데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하는 등 폭주를 거듭했던 여당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국민 분노가 들끓어도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을 과거의 적폐로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가 최근 서울·부산시장 보선과 관련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오자 갑자기 유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내놓은 민주당의 약속을 믿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4·15 총선 직전에도 이 상임선대위원장 등은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해줄 것처럼 시늉만 하다가 선거 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평소에는 여론에 귀를 닫고 독선적 태도를 보이면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던 여당이 선거 직전에 잠시 자세를 낮추는 척하다가 또다시 얼굴을 바꿔버린다면 국민 기만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만은 여당이 스스로 밝힌 약속들이 선거용 꼼수가 아니라 진정한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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