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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트코인 오를 때 암호화폐 3억弗 해킹..."핵 개발 지원"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

2019~2020년 3억1,640만달러 상당 암호화폐 훔쳐

돈세탁 위해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평양 시내 보통강 강변의 주택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와 금융기관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재 위반의 '단골 메뉴'인 정유제품 수입 한도 초과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해상 환적 대신 직접 수입을 늘리는 대범함을 보였다는 것이다.

31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이처럼 매년 되풀이되는 북한의 다양한 제재 회피 실태와 그 수법이 자세히 소개됐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자체 조사·평가와 회원국의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 이사국들의 승인을 거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3억1,640만달러(약 3,575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훔쳤다고 한 회원국이 보고했다.

보고서는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해킹)작전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9월 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2억8,100만달러 상당을 탈취한 해킹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같은해 10월 2,300만달러를 가로챈 두 번째 해킹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해킹)공격의 매개체와 불법 수익을 세탁하기 위한 후속 노력에 근거한 예비 분석 결과는 북한과의 연계를 강하게 시사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훔친 가상화폐를 중국 소재 비상장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통해 실제 화폐로 바꾸는 돈세탁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또 2019년 7월과 9월 각각 27만2,000달러와 250만달러 상당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들)을 해킹한 뒤 역시 중국의 비상장 거래소를 이용해 보다 안정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환전했다고 한 회원국이 전했다.



이러한 공격을 주도한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정찰총국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사이버 행위자들이 전 세계 방위산업체들을 겨냥한 공격을 수행했다는 것이 2020년의 분명한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패널은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킴수키 등 해킹 조직과 라자루스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방산업계 공격 시도 사건을 조사 중이다.

라자루스와 킴수키 외에 지난해 8월 미 수사당국이 공개한 북한 해킹팀 '비글보이즈'도 전문가패널의 레이더망에 포함됐다. 역시 정찰총국과 연계된 비글보이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활용한 불법 인출과 암호화폐 거래소 공격 등을 통해 20억달러 상당의 탈취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또 합작회사의 해외 계정, 홍콩 소재 위장회사, 해외 은행 주재원, 가짜 신분, 가상사설망(VPN) 등을 활용해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해 불법 수익을 올렸다고 한 회원국이 밝혔다.

전문가패널은 한 회원국이 제공한 사진과 데이터 등을 토대로 북한이 연간 50만 배럴의 수입 한도를 "여러 배" 초과해 제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모두 121차례에 걸쳐 안보리 결의로 정한 수입 상한선을 훨씬 초과해 정유제품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유조선 탱크의 3분의 1을 채웠다고 가정하면 상한선의 3배를, 절반을 채웠다고 가정하면 상한선의 5배를, 90%를 채웠다고 가정하면 상한선의 8배를 각각 밀수입했을 것으로 한 회원국은 추정했다. 특히 공해상에서 몰래 이뤄지는 '선박 대 선박' 환적 방식보다 대형 유조선이나 바지선으로 정유제품을 남포항 등 북한 영토까지 실어나르는 직접 운송이 지난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패널은 밝혔다. 지난해 북한은 여러 차례의 열병식을 통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새로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를 선보였다고 전문가패널이 판단했다.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을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신포 해군 조선소에서는 작년 7월 이후 지속적인 활동이 포착됐는데, 이곳의 비밀 선박 계류장이 SLBM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전문가패널은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 시설 입구의 부두 개보수가 향후 SLBM 발사 시험 준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남포 해군 조선소에서도 비슷한 활동이 탐지됐다고 전했다. 2018년 풍계리 핵실험 갱도를 폭파해 핵 폐기 의지를 강조한 북한이 여전히 이 지역에 인력을 두고 유지하고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작년 태풍으로 조금 부서졌으나 복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영변 핵단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여전히 가동 중이고, 실험용 경수로도 계속 짓고 있다고 보고했다. 원자로 가동 징후는 없지만 유지·보수는 계속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선 핵시설의 경우 우라늄 농축시설로 확정할 수는 없고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언급됐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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