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됐다. 현 정부의 임기 중 정하는 마지막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임금 지급 능력이 떨어진 경영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도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장관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라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다음 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는 산업현장 방문과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노동부는 8월 5일까지 이를 고시해야 한다. 고시를 앞둔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월 환산액은 182만2,480원)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용 연도 기준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로 고공 행진을 했지만, 지난해 2.9%로 뚝 떨어졌다. 올해 인상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에 그쳤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현 정부의 공약도 물거품이 됐다.
현 정부에서 정하는 마지막 최저임금인 내년도 최저임금도 큰 폭의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 등의 임금 지급 능력이 떨어진 탓이다. 경영계는 현 정부 초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 등의 인건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며 당분간 '최저임금 안정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2019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 데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률마저 급격히 떨어져 사실상 최저임금이 동결 또는 삭감 상태라며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노동자의 고통이 심화하고 있어 '최저임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노사는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공익위원 8명의 인선이 첫 충돌 지점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노사 대립 구도에서 정부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이 심의의 키를 쥐고 있다.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현 공익위원들은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춰 노동계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회의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균형감 있는 인사로 공익위원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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