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유혈사태가 악화하고 소수민족 무장 조직의 반(反) 쿠데타 연대 천명으로 내전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미얀마에 주재하는 자국의 비필수 업무 공무원과 가족의 철수를 명령했다. 통신은 미 국무부가 미얀마 정세 불안정을 이유로 이같은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독일 정부도 이날 자국민에 유혈사태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가능한한 빨리 미얀마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외교부는 웹사이트에 올린 여행경고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민항기가 있을 때 미얀마를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동시에 미얀마 내 머무는 이들에게는 시위 현장을 피하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프랑의 재생에너지 기업인 볼타리아도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로 미얀마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루 전에는 노르웨이 외교부가 자국민들에게 미얀마를 떠날 것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아직은 미얀마를 떠날 수 있지만, 이는 예고없이 변할 수도 있다"며 이번 방침은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협의로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북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 측은 "주요국 대사관들과 유엔사무소에서는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반드시 체류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 가용한 항공편을 이용하여 일시 귀국할 것을 조용히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교도 통신은 지난달 19일 미얀마에서 기업 활동을 해 온 일본인들이 직항편으로 일본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도 이달 초 자국민들에게 미얀마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총격 등 미얀마 군경의 폭력에 희생된 것으로 확인된 이는 521명이다. 이날도 남부 타닌타리 지역 코타웅에서 군경 총격에 4명이 숨졌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유혈 사태가 멈추지 않으면서 미얀마 민주진영이 구애하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 조직들은 최근 잇따라 반군부 연대 의사를 천명했다. 남동부 지역의 소수민족 반군 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은 전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군 수천 명이 모든 전선에서 자신들의 영역으로 진격하고 있다며 "이제 정부군과 충돌을 피할 선택지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전날 미얀마군 전투기가 KNU가 지배하고 있는 중부 바고 지역 슈웨친구에 공습을 진행, 7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도 공동성명을 내고 군부가 학살을 멈추지 않으면 쿠데타 저항운동인'봄의 혁명'에 참여 중인 모든 소수민족 무장조직 및 민주진영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부 카친주에서 활동하는 카친독립군(KIA)는 이날 오전 북부 지역의 경찰 초소를 급습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이에 따라 민주진영-소수민족 무장단체 연대세력과 군부간 충돌로 내전이 발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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