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각국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염 속도를 늦추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 맞물려 일부 국가에선 보건 체계가 한계에 몰리고 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다시 전국을 봉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면서 봉쇄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전 6시∼오후 7시 사이 프랑스 전역에서 주거지 반경 10㎞ 밖으로 나갈 때에는 이동확인서를 소지해야 한다. 또 불가피한 사유가 없을 경우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된다.
프랑스가 작년 3월과 10월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린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구(6,500만명)의 약 12%인 800여만명은 최소 1회 백신을 맞은 상태다.
최근 프랑스의 하루 평균 신규확진자는 약 4만명에 달해 2월 초보다 배로 쏟아지면서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이번 봉쇄령에 따라 기업 15만곳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 매월 110억 유로(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역시 지난해 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감소해왔으나 최근 들어 다시 심상찮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CNN방송은 최근 1주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6만5,700명으로 1주일 전보다 22%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집계를 토대로 1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가 약 한 달 만에 처음으로 6만3,0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특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점점 더 퍼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영국발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치명률 모두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30%인 9,760만명이 최소 1회 백신을 맞은 상태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브라질에선 확산세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브라질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사망자는 3,869명으로, 전날 기록(3,780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5일 10만명에 육박했고 주말 동안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30일 8만명대를 기록하며 또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브라질 보건부와 연계된 의학연구기관 '오스바우두 크루스 재단'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공립병원 중환자실 병상 부족 사태가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전국 27개 주 중 25개 주의 공립병원 중환자실 병상 점유율이 80%를 넘었으며, 18개 주는 90%를 웃도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선 피해를 막기 위해 강력한 봉쇄 조치를 촉구하고 있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봉쇄에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브라질에 이어 전 세계 누적 확진자 3위 국가인 인도 역시 확산세가 다시 심화하고 있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1일 전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222만1,665명으로 전날보다 7만2,33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가 7만 명을 넘어선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9월 10만 명에 육박했던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월 1만명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더욱이 확진자가 지난해 1차 유행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신규 확진자 수가 9,121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반 만에 확진자 수가 8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방역 태세가 느슨해진 가운데 감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와 인접한 방글라데시도 31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358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파키스탄의 신규 확진자 수 역시 이날 4,757명을 기록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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