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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샤먼(廈門)





지난해 10월 중국중앙방송(CCTV)에 인민해방군이 동남 해안에서 수륙양용 장갑차와 헬기를 동원해 대규모 상륙 작전을 벌이는 장면이 소개됐다. CCTV에 등장한 부대는 바로 푸젠성 샤먼(廈門)에 주둔하는 제73집단군이었다. 동부전구 소속의 제73집단군은 대만해협과 가장 인접한 곳에 배치돼 유사시 대만 공격의 선봉에 서는 부대로 꼽힌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샤먼을 근거지로 삼아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샤먼은 푸젠성 남동부에 위치한 인구 350만여 명의 항구 도시다. 송나라 때 처음으로 샤먼항을 통해 차가 수출되는 등 일찍이 천혜의 무역항으로 명성을 얻었다. 화교의 동남아 진출 기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1842년 아편전쟁 패배로 체결된 난징조약에 따라 개항한 이후 1980년에는 대만의 자본 유치를 위해 4대 경제특구로 지정돼 개혁·개방의 선도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샤먼은 대만의 진먼섬과 최단 거리로 1.8㎞ 떨어져 있어 민감한 양안 관계를 상징하는 지역이다. 1958년 8월에는 샤먼에 주둔한 제31집단군(제73집단군의 전신)이 대만과 포격전을 벌여 55만 발의 포탄을 주고받았다. 2010년대 초반에는 양안 관계가 풀리면서 한때 샤먼과 대만 가오슝을 잇는 고속도로를 짓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아직도 이곳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중국의 요청에 따라 3일 샤먼에서 열린다. 미중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대만을 코앞에 둔 샤먼이 갖는 상징성은 대단히 크다. 중국은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한국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를 가졌을 것이다. 중국이 부른다고 해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전용기까지 타고 곧바로 달려가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반면 같은 날 한미일 안보실장회의가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다.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중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중국의 노골적 요구에 맞서 한국이 쉽게 흔들리는 나라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보여야 할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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