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어오게 한 사실을 시인했다. 김 처장은 ‘보안상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나 검찰 고위 간부인 이 지검장에게 특혜성 면담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해 조사했다는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에 대해 2일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이는 지난달 7일 이 지검장이 김 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에 옮겨 타는 장면이 정부과천청사 인근 도로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영상에는 이 지검장이 1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해당 관용차에서 내리는 장면도 포함됐다.
김 처장은 이날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처장이 사건 피의자인 이 지검장에 대해 주말에 따로 면담을 진행한 데다 본인 관용차까지 제공하는 등 특혜성 시비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면담 시점은 공수처가 이 지검장과 관련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재이첩하기 전이었다. 당시 면담 조서조차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신고인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수원지검에 해당 영상을 제출하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을 제보한 공익신고인은 지난달 ‘수사보고서에 이 지검장 면담 장소 등을 허위로 기재했을 수 있다’며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공수처는 수원지검에 이 지검장의 모습이 담긴 CCTV 등 출입 자료는 제공했으나 이른바 ‘이 지검장 에스코트 영상’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수처장은 피의자 이성윤을 황제 영접해 공수처의 존재 이유와 권위를 무너뜨렸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양홍석 변호사도 본인 페이스북에 “새로운 유형의 고위 공직자 조사 기법을 도입했으니 이거야말로 인권 친화적”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이런 걸 특혜, 황제 조사라 한다”고 비꼬았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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