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뒤 두번째 합동 유세를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던 두 사람의 화합을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악수만 나눈 뒤 안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지난달 25일 이후 8일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양측 모두 서울 양천구 깨비시장 유세 일정을 잡은터라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화학적 결합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둘은 10초 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날 오후 6시께 깨비시장에 도착한 오 후보와 안 대표는 둘 다 흰 점퍼 차림으로 나타나 ‘아름다운 단일화’를 과시했다. 이들은 유세 차량까지 250m 가량 걸으며 시장 상인들 및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을 주변을 둘러싼 시민 100여 명은 두 사람 이름을 번갈아 외치기도 했다.
오 후보와 안 대표가 유세 차량 앞에 도착했을 때는 김 위원장이 지지 연설을 막 시작한 직후였다. 두 사람은 유세 차량에 올라서지 않고 차량 오른편에 서서 김 위원장의 연설이 끝나길 8분 가량 기다렸다. 김 위원장은 연설을 마치고 차량에서 내려와 안 대표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오 후보와도 악수를 하고 뒤돌아 유세 현장을 빠져나갔다. 김 위원장은 양천구 유세 이후 곧바로 구로구에서 오 후보와 함께하는 유세 일정이 있음에도 먼저 자리를 뜬 것이다.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조짐은 이날도 없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신이 이상한 사람” “상왕, 갑질” 등 날선 말을 쏟아냈던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앙금은 이날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오 후보 첫 선거 유세 때도 안 대표가 연설을 시작한지 1분만에 떠나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유세에서 오 후보는 안 대표와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여러 번 강조했다. 안 대표가 연설을 마치고 사회자가 오 후보를 소개하려고 하자 오 후보는 “잠깐만요”하며 끼어들어 안철수를 큰 소리로 연호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여러분은 지금 한 번도 보지 못한 화합을 보고 계신다”며 안 대표 손을 맞잡기도 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단일화의 모습을 보고 계신다"며 “안철수 후보께 다시 한번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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