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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BTS 입대하면 끝?…아티스트·플랫폼·굿즈로 무장한 하이브의 시즌2

저스틴비버 발굴한 이타카홀딩스 1조에 인수…유니버셜 뮤직과 글로벌 보이그룹 런칭

네이버 V라이브 양수·YG투자로 블랙핑크 유입 등 플랫폼 경쟁력 확보

글로벌이 인정한 팬덤 수익…키스위·수퍼톤 투자로 기술 기반 체험 늘려


코스피 상장 당시 플랫폼 기업을 지향했던 하이브(빅히트)가 국경과 산업을 넘는 투자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후가 불안하다’는 투자업계를 불식하려는 듯 1조원이 넘는 인수로 국내외 아티스트를 확보하고 글로벌 레이블과 새 보이그룹 육성을 시작했다. 플랫폼을 지속하기 위해 지적재산권(IP)를 확보하려는 의도다.

중소 기획사였던 10년 전부터 팬덤이 굿즈(아티스트 기반한 온 오프라인 상품)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이들은 아티스트를 자신들의 플랫폼인 위버스에 올려 수익을 거뒀다. 오프라인 공연이 막히며 경쟁사들이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 하이브는 영업이익 1,424억 원으로 전년보다 44.3% 늘었다.

더 나아가 가상공간에서 아티스트를 현실처럼 체험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상과 우주의 합성어)’로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기술기업과 손잡는 등 전방위 투자를 진행중이다.

해외 팬덤에서 시작한 하이브는 아예 해외 대형 레이블을 사버리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하이브는 지난 2일 미국의 유명 레이블인 이타카홀딩스의 지분 100%를 1조 1,84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저스틴비버를 발굴한 스쿠터브론이 이끄는 이타카홀딩스는 자회사 레이블을 통해 아리아나그란데 등을 소속 아티스트로 두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2,045억 원으로 하이브 순이익(861억 원)보다 높다. 이와 별개로 하이브는 유니버셜 뮤직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보이그룹을 키우고 있다.

하이브의 지배구조(이타카홀딩스 인수 지분 제외)자료=NH투자증권




국내에서는 네이버·YG 등 경쟁사와 지분을 섞는 투자를 선보였는데, 구조를 뜯어보면 하이브가 주도하는 그림이다.

하이브는 네이버가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V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하고 네이버에 위버스 지분 49%를 넘겼다. 하이브는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해 YG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YG플러스 지분 18%를 취득했다. 하이브는 네이버 V라이브만 등장했던 YG소속의 블랙핑크를 위버스에 올릴 수 있게 됐다. 이는 네이버 V라이브의 월 사용자(MAU)가 3,000만명으로 위버스의 5배였지만, 수익을 나타내는 가입자당 매출은 위버스가 1인당 월 8만원으로 네이버 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강자인 네이버와 YG도 팬덤을 수익화하는 영역은 하이브를 인정하고 권한을 넘긴 셈이다.

하이브가 국내외 경쟁사로부터 아티스트를 확보하려하고 경쟁사가 기꺼이 이를 내주는 이유는 위버스를 통해 확인한 수익 창출 구조 덕분이다. 하이브는 위버스에서 BTS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해 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콘서트 티켓을 구매한 80% 이상이 위버스에 들어와 다른 콘텐츠 프로그램이나 굿즈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핑크가 유튜브로 유료 온라인 콘서르를 진행해 28만 명의 관객이 몰려 흥행을 거뒀지만, 자체 플랫폼이 아니었고, 관련 상품도 외부 회사를 통해 판매된 것에 비하면 수익성은 전자가 높다.



BTS는 신보 발매 당시 뮤직비디오 등 영상물을 에픽게임즈 내 가상현실을 통해 독점 공개하거나 멤버별 아바타를 네이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등 유료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는 블랙핑크나 저스틴비버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하이브는 쏘스뮤직·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 중형 기획사의 지분 85%로 인수하며 여자친구 등 아티스트를 추가했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표하며 게임 내 가상현실 공간에 이를 공개했다/사진제공=하이브


원래 하이브는 중소 기획사로 방송 등 기존 플랫폼 출연 자체가 어려웠고, 그 덕분에 유튜브를 통한 자체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며 컸다. 이 과정에는 2010년부터 하이브에 합류한 윤석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역할이 컸다. 콘텐츠 유통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그는 BTS 데뷔 초기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영상을 올려 특유의 팬덤을 만들고, 성장한 후에는 팬들이 콘서트 등의 행사장에서 마치 테마파크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게 전략을 짰다. 뮤직비디오 세트나 팬들이 만든 소설인 팬픽에 등장하는 배경을 세트로 만들어 팬들이 즐기게 하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팬들의 편의와 상품 판매 효율을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등 대형 기획사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하이브는 그동안 부족했다는 평가를 들은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도 나섰다. 미국의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키스위모바일과 합작사를 세웠고, 유니버셜 뮤직도 여기에 투자했다. 키스위모바일은 박근혜 정부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지명됐다 중도 하차한 김종훈 대표가 세운 기업으로 BTS의 온라인 콘서트에서 끊김없는 영상과 서로 다른 여러개의 화면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기술을 선보였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아바타 생성 앱인 제페토(120억 원)와 인공지능 오디오 기업인 수퍼톤(40억 원) 역시 보다 완벽한 온라인 콘텐츠가 목적인 투자다.

방탄소년단 멤버 이미지를 네이버 제페토에 아바타로 구현한 모습/사진제공=제페토


그러나 하이브가 상장 6개월만에 핵심사업인 음반과 레이블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밝힌 점은 시장의 의구심을 자아낸다. 사실상 비슷한 자산을 기반으로 또다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기존 주주 가치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 투자를 검토했던 글로벌 사모펀드 관계자는 “연예기획사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라면서도 “분할의 필요성을 시장에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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