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에즈 운하의 정체가 풀려 세계 해상무역 흐름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운하정체 해소 선언에 이어 선박 운항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지난달 23일 운하를 가로막은지 11일만, 에버기븐호가 지난달 29일 부양된 이후 닷새 만이다.
정체 해소가 선언된 날엔 에버기븐호가 부양될 때 대기했던 422척 중 마지막까지 남은 61척을 포함해 총 85척이 운하를 통과했다. 원래 수에즈 운하 하루평균 통항량이 40~50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체 해소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배가 운하를 지나간 셈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운하를 지난 선박 다수는 제한최고속도(7.6~8.6노트·시속 약 14~16㎞)보다 빠른 8~10노트로 운항했다. 정체 해소를 돕고자 선박들이 예전보다 빠르게 운하를 지나간 것으로 관측된다. WSJ은 "원유와 가스부터 소비재와 가축까지 모든 상품의 선박운송이 용이해졌다"고 덧붙였다.
국제 해상무역 물동량 14%, 해상운송 원유 10%가 지나는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글로벌 통상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해운정보업체 로이드리스트는 수에즈 운하 정체로 매일 아시아와 유럽 간 96억달러(약 10조8,000억원)어치 화물의 운송이 지연된 것으로 추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 통행세 등으로 수에즈 운하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했던 이집트도 손해를 많이 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은 운하 통항이 막히면서 하루 1,400만~1,500만달러(약 158억~169억원) 손실을 봤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운하 정체가 해소되면서 이제 이같은 초유의 사태에 누가 책임을 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집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10억달러(약 1조1,290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하겠다고 말했지만 청구대상 등 세부 사항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AFP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이 국제운송에 지연을 발생시킨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 정체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사태로 운송산업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됐다"며 "특히 매끄러운 물류와 비상사태 대응을 위해 (운송산업을) 훨씬 더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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