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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바이든 플랜과 뉴딜 정신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50년만의 초대형 재정프로그램

'위대한 미국' 만들기 성과내려면

대공황기 인프라 투자사업처럼

예산 투명성과 효율적 운영 필요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노라 외친 장본인은 도널드 트럼프였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려 시도 중인 주인공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전직 대통령의 슬로건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지난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에 대한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미국은 초강대국의 위용을 과시하며 세계정세를 주도했고 경제는 근로자들과 기업인들 모두에게 소득 성장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한가득 안겨줬다.

이때를 규정하는 특징은 국가 기반 시설, 과학 연구와 교육에 대한 연방 정부의 과감한 투자였다. 반면 최근 몇 년간 미 행정부는 감세와 이전 지출(transfer payments)의 형태로 개인 소비를 늘리는 데 예산을 퍼부었다. 바이든의 기반 시설 계획은 50년 만에 다시금 투자에 초점을 맞춘 첫 번째 대형 재정 프로그램이다.

전반적으로 연방 지출은 지난 30여 년 동안 상당 폭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출 내역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증가 폭의 대부분은 의료보험과 같은 재정 지원의 확대에 따른 것이다. 핵심 투자 지출은 실질적으로 대폭 감소했다. 당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운송과 수자원 기반 시설에 투자했다. 그러나 현재 GDP에서 운송과 수자원 인프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로 주저앉았다. 한때 미국은 기초과학과 기술 분야의 명실상부한 주도국이었다. 지금은 중국이 거의 대등한 지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바이든의 인프라 투자는 뉴딜에 비견된다. 대공황기에 공공산업진흥국(WPA)은 1,000개의 공항을 보수하거나 신축하면서 현대적인 항공 산업의 근간을 이뤘다. 바이든의 제안은 50만 대의 충전기 구축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현대적인 전기 자동차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936년에 제정된 지역전력화사업법에 따라 낙후된 농촌 지역 구석구석까지 전기가 들어갔다. 이에 비해 바이든은 현대 경제에서 고속 인터넷은 대공황기 당시의 전력에 해당한다며 이를 미국 전역에 보급하겠다고 제안한다.

오늘날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뉴딜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은 경비와 효율성 및 투명성이다. 과거 미국은 무엇이건 놀라운 속도로 만들어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조지워싱턴교는 예정보다 공사 일정이 4년이나 단축된 1931년에 개통됐다. 허드슨강을 가로질러 맨해튼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교의 건설 비용은 원래 예산보다 적었다. 반면 맨해튼에 고작 2마일의 새로운 지하철 노선과 세 개의 새로운 정거장을 신설하는 데는 10년에서 100년의 시간이 소요됐고 2017년 완공될 때까지 45억 달러가 투입됐다.



미국에서 기반 시설 건설 비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뉴욕타임스는 뉴욕의 롱아일랜드 철로 확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지하철 선로 건설 비용이 같은 길이의 세계 평균 공사비보다 7배나 비싸 세계 최고가 기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인프라 비용은 유럽에 비해 보통 몇 배나 높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와 주를 잇는 미국의 고속도로 건설비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물가 상승률 대비 자재비와 인건비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음에도 무려 네 배가 뛰었다. 숱한 원인이 존재한다. 제각기 거부권을 지닌 복수의 담당 부서, 끝없는 규정과 재검토 외에 부정도 한몫한다. 뉴욕대 학자인 아론 베비는 미국의 건설비가 터무니없이 높은 여덟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보고 배우려는 미국인들의 의지와 능력의 결여를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꼽았다. 미국은 모든 면에서 특출하다는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가 불합리한 인프라 건설 시스템으로 연결됐다는 결론이다.

뉴딜은 놀랄 만큼 효율적으로 운영됐다. WPA는 뉴딜 절정기에 300만 명의 신규 인력을 고용했다. 그 어떤 민간 기업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오늘날의 노동력으로 치면 약 1,000만 명에 해당한다.

뉴딜의 전체 프로젝트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던 해리 홉킨스에 의해 매끄럽게 관리됐다. 일곱 개 주의 30개 수력발전 댐을 아우르는 방대한 테네시강 유역 개발 공사는 운동권 출신 변호사인 데이비드 릴리엔솔이 지휘했다. 뉴딜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루스벨트의 또 다른 측근인 해럴드 이커스 내무장관이 꼼꼼하게 집행했다. 이들 각자는 정직성과 효율성 및 신뢰성으로 명성을 얻었고 이런 평판은 미국인들에게 대규모 프로젝트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

바이든 행정부가 진정한 정책의 대전환을 이루려면 뉴딜에 필적하는 야심 찬 포부와 인상적인 집행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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