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이 악화된 일본 기업들이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고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일본 내 사업법인의 부동산 매각 금액은 2,200억 엔(약 2조 2,4억 원)으로 동기 대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매각 움직임은 주로 코로나19로 실적이 나빠진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 내 24개 호텔을 보유한 물류 기업 긴테쓰그룹홀딩스는 지난달 전체 호텔 중 오사카와 교토 등에 위치한 8개 호텔을 미국 블랙스톤그룹에 팔겠다고 밝혔다. 긴테쓰그룹의 올 1분기 영업 손실은 780억 엔에 이른다. 1년 전 같은 기간 205억 엔 흑자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다. 닛케이는 긴테쓰그룹이 자금을 확보해 사업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에는 후지타관광이 오사카에 위치한 웨딩홀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철도 회사인 JR동일본도 기관투자가 등과 함께 출자한 펀드에 오피스빌딩 등을 매각해 5년간 1,000억 엔 이상을 조달하기로 했다. JR서일본도 약 300억 엔을 마련하기 위해 오피스빌딩과 상업 시설을 펀드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 매각으로 역세권 재개발 자금 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재택근무 정착 등에 따라 부동산 매각에 나서는 곳도 있다. 리크루트홀딩스·요코하마고무 등이 대표적이다. 닛케이는 관련 펀드 활성화 등도 부동산 매각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을 판 뒤에도 기업은 부동산펀드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부동산 매각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본의 부동산이 여타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데다 계속되는 엔화 약세로 일본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인 JLL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부동산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30% 줄었지만 일본의 경우 4% 감소에 그쳤다. 지난 2019년 기준 33%에 그쳤던 사모펀드의 비율이 지난해 41%로 늘어나는 등 부동산펀드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각 자금을 투자 등으로 돌릴 수 있다"며 "대차대조표 감소를 통해 자산 효율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매각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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