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일본 도쿄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에 무력시위를 잇달아 감행한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 불참까지 선언하면서 북미 대화는 물론 남북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사라졌다.
6일 북한은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조선 올림픽위원회는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32차 올림픽 경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하계올림픽에 불참하는 것은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3년 만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표면적으로 내세웠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 수정 계획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도쿄 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어떻게 결론짓는지 지켜보고 후속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대립 상황이 지속 중인 북일 관계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 개시 당일인 지난달 25일 동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긴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당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도쿄 올림픽 때 방일할 경우를 묻는 말에는 “온갖 가능성을 생각해 대응하고 싶다”고 여지를 열어둔 바 있다. 도쿄 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사활을 건 일본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이 방한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했지만 물 건너간 셈이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으로 인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이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북한·미국·일본 등 이해 당사국 간 만남이 이뤄지며 북핵 협상의 외교적 해법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북미 간 접촉이 성사되며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된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올림픽 효과를 기대했는데 돌발 변수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남북 관계에서 올림픽은 항상 대화 재개의 창으로 활용됐다”며 “우리 정부는 결국 미국의 대북 정책 수정안과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 등을 고려해 대북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은 이날 핵·미사일 문제 등을 이유로 북한에 15년간 부과해온 독자 제재를 2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따라서 북한을 상대로 한 수출입 전면 금지, 북한 선적 및 기항 경력 선박의 입항 불허 등의 조치가 이어지게 됐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