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의 지식재산권을 놓고 구글과 오라클이 10년 넘게 벌인 소송에서 법원이 결국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자바 코드의 저작권은 인정되지만 구글의 해당 코드 사용 목적 등을 감안할 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패소할 경우 수십조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위기에 처했던 구글은 기사회생했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라클이 구글을 상대로 낸 지재권 침해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구글이 가져다 쓴 자바 코드에는 저작권이 있다”면서도 “구글의 행위는 공정한 이용에 해당돼 저작권법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정 이용이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도 공익적 목적 등을 위해 일정한 범위에서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공정 이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구글의 자바 코드 사용 목적과 성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구글이 자바 코드를 활용한 것은 해당 코드가 스마트폰 컴퓨팅 환경에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었으며 (구글은) 필요한 부분만 복사했다”면서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구글과 오라클의 법정 공방은 지난 2010년 오라클이 구글을 상대로 지재권 침해 소송을 내며 본격화했다.
오라클은 자바를 개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한 뒤 “구글이 자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코드 37종의 구조와 순서·조직을 베끼는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설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업계의 관행이고 기술 발전을 위해 자바 코드를 사용했다는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로이터통신은 “연방대법원이 구글에 중대한 승리를 안겨준 것”이라며 “손해배상 평가액이 최대 300억 달러(약 33조 6,930억 원) 정도로 치솟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다만 대법원이 공정 이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고 지재권 침해 여부는 사안에 따라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혀 지재권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API와 다른 오픈소스 코드에 의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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