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네이버가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끌어모으기 위한 한판 전쟁에 돌입했다. 일진일퇴다. 네이버가 북미 지역의 1위 웹소설 기업인 왓패드를 인수하자 카카오도 이에 질세라 미국의 웹소설사 래디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의 콘텐츠는 폭발적인 확장력을 갖고 있다. 인기몰이를 하면 게임은 물론 영화·드라마로까지 판이 커지면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수십 배, 수백 배로 커진다. 네이버·카카오의 웹툰 자회사가 기업 가치만 4조~5조 원에 달하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사모펀드(PEF)도 이들의 대결에 베팅하고 있다. 자금 유치마저 글로벌대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웹툰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재팬이 최대 7,5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 가치만 5조 원을 인정받아 글로벌 PEF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 PE)와 최대 15%의 지분 매각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투자금은 웹소설과 웹툰을 게임·영화·드라마로 활용하기 위한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재팬은 주요 글로벌 PEF 운용사에 투자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이며 앵커 PE의 투자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재팬은 카카오(78.4%)와 카카오페이지(21.6%)가 지배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K팝 사업 등을 담당하는 카카오엠과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됐다. 카카오재팬은 일본 웹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2022년 일본이나 뉴욕 등을 포함한 해외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재팬 투자자들은 출판 만화 중심의 일본 시장에서 편리하고 유료 독자를 확보한 한국 웹툰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앱 조사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픽코마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비게임 앱 중 9위를 기록했고 전 분기 대비 매출 성장률은 세 번째로 높았다. 픽코마는 카카오페이지가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24시간 후 무료로 웹툰과 웹소설을 볼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적용했는데 이는 사용자가 습관처럼 방문하다 참지 못해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2020년 픽코마의 총 거래액은 4,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일 거래액이 20억 원을 넘어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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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역시 웹툰을 앞세워 미국 현지 등에서 막대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미국 시장의 전략적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 지분 일부를 넘기는 식으로 해 유치할 투자금이 5,000억~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네이버웹툰도 몸값이 5조 원 안팎에 이른다. 네이버는 이와 함께 지난달에는 전날 5억 달러(한화 약 5,600억 원) 규모의 달러화 채권도 발행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모두 IP 확보를 위해 막대한 실탄을 쌓고 있는 것이다.
투자 자금 유치와 함께 콘텐츠 기업도 사들이고 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네이버는 북미 최대 웹소설 업체인 왓패드를 인수했다. 미국 현지화에 목표를 둔 결정이다. 네이버는 웹툰과 웹소설 사업을 따로 떼어 미국 법인으로 만들고 일본·한국·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지배구조로 개편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또 웹툰과 웹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확장하기 위해 스튜디오드래곤 등과 지분을 교환하는 영리한 선택도 했다.
그러자 카카오엔터는 미국의 웹소설사인 래디시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에는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가도카에 약 1,6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7.63%를 확보하며 사실상 최대 주주 지위도 얻었다. 국내 출판 만화 명가인 대원미디어와 일본의 세르파스튜디오라는 합작사를 세우고 웹툰·웹소설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한국 웹툰을 들고 최초로 진출한 타파스에 투자했고 웹툰 IP 투자 제작사 투유드림, 인도네시아 웹툰 플랫폼인 네오바자르의 지분도 갖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플랫폼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출판사 중심인 만화와 소설 시장에서 웹툰과 웹소설로 치고 나가고 있다"면서 “아직은 주요 국가에서 웹툰 시장이 막 성장하는 단계여서 앞으로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 기업 등의 합종연횡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세원·윤민혁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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