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하락했습니다. 다우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이 모두 소폭 내렸는데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수정 발표가 있었습니다. 올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가 6%로 올라간다는 데 중점을 둔 보도가 많았고 홍남기 부총리와 기획재정부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자화자찬만 늘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IMF의 기자회견과 발표자료를 뜯어보면 향후 하방리스크와 주요국들이 정책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의 상황도 중요합니다. IMF의 세계경제전망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美 덕에 세계경제 전망 상향…1인당 GDP 손실 선진국 2.3%·저소득 국가 5.7%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경제전망 기자회견에서 “올해와 내년의 세계경제 전망 상향은 올해 6.4%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같은 선진국 때문”이라며 “미국은 팬데믹(대유행)이 없었을 경우 2022년에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됐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게 되는 유일한 국가”라고 했습니다.
IMF가 예측한 올 성장률 6.4%는 지난 1월 예상 때보다 1.3%포인트나 높아진 겁니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그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통화지원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죠. 이날 캘리포니아주는 6월15일에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모든 코로나19 규제를 없애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유럽의 경우 회복속도 상대적으로 떨어짐)의 올해 성장률 전망이 5.1%인데 라틴아메리카(4.6%), 중동·중앙아시아(3.7%)이고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는 3.4%입니다. 저소득국가만 따로 떼보면 4.3% 수준입니다.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의 1% 성장이 그렇지 않은 나라의 1%보다 더 어려운데 절대 수치 자체가 선진국이 더 높은 상황인 것이죠. 고피나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올해 8.4%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고 유로지역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들도 올해 반등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은 2023년이 돼야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소득에도 직격탄인데요. 코로나19가 있기 전 예측치와 비교해 2020~2024년의 1인당 GDP 손실은 선진국이 -2.3%임에 반해 저소득국은 -5.7%에 달합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9,500만명이 추가로 극빈층이 됐을 것이라는 게 IMF의 전망입니다. 빈곤감소라는 트렌드가 뒤집힌 겁니다.
코로나19 백신보급의 양극화를 고려하면 이런 추세는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고피나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국가는 올 여름 백신접종이 끝나지만 많은 나라는 내년 말이나 돼야 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위기 지원 없었으면 3배 더 큰 손실…사태 장기화 대비해 정책여력 남겨야
중요한 것은 이같은 K자 회복이 더 큰 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 그래도 회복속도가 제각각이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하방리스크가 더 있습니다. 고피나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에 재정·통화정책 지원이 없었으면 손실은 세 배나 커졌을 것”이라며 “백신접종이 증가하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사태를 장기화할 수 있고 미국의 금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더 오를 경우 금융위기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자산버블 붕괴→금융시장 충격→경기회복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데요. 이 때문에 지금부터 잘 타깃화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IMF의 얘기입니다.
실제 지금은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해 각국도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지원을 해야 하지만 돈을 필요한 곳에 잘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발작’이 발생했을 때 추가로 쓸 돈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게 IMF의 판단입니다. 고피나스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당국자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한정된 정책수단과 더 커진 부채를 다루면서 계속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것은 정교하고 타깃화된 수단을 통해 정책여력을 남겨 사태가 장기화할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이라고 다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4·7 재보궐선거에서도 무의미한 선심성 공약이 남발됐는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기 때 돈을 써야 한다는 점은 200% 맞지만 상황이 진행될수록,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다가올수록 2차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IMF는 이날 함께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인 금리는 분명히 역사적 수준에서 여전히 낮지만 금리인상 속도는 반갑지 않은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변동성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며 “주택담보대출부터 신흥국 채권까지 모든 금융자산이 미국의 기준금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다. 백신 접근이 제한돼 상대적으로 경제가 취약한 국가도 자금유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긴축 땐 기업도산·일자리 10개 중 1개 위험…부채 줄이고 구조조정 틀 미리 정비해야
IMF의 우려는 이어집니다. 미국발 긴축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내년 이후 경제가 정상화하기 시작하면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물론 미국이 이런 상황을 앞당길 수 있죠.
고피나스 이코노미스트는 “대유행이 끝나고 노동시장이 정상화하면 노동자 지원책은 축소될 것”이라며 “대출금 지급유예 같은 예외적 정책이 철회되면 기업 부실이 급증하고 일자리 10개 가운데 1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리 움직여야 하는데요. IMF는 보조금을 통한 일자리 재배치(전직),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 법원 이외의 구조조정 프레임 구축을 미리 해두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녹색성장과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라고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 투자가 늘어 미국 노동생산성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커지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투자도 절실하다고 했죠.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IMF는 소득세와 상속세 등 증세와 낭비적 지출요소 정리, 차입비용 감소와 부채축소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이와 별도로 IMF는 글로벌 최저한 법인세에 “매우 찬성한다”고 했는데요. 미국발 증세논의가 어떻게 전 세계로 확산할지도 변수입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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