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안한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제안을 찬성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20개국(G20)이 주도하는 140여 개국의 다자간 협의체에서 올해 중반께 합의가 가능하리라 전망까지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사회민주당·SPD)은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도입 논의에 신바람이 난다"면서 "우리는 전 세계적 세금 인하 경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인세 최저세율 도입 논의는 IT 대기업에 대한 국경을 넘어서는 디지털세 부과와 관련한 논의를 포함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경부 장관은 "미국의 제안을 환영한다"면서 "국제 조세와 관련한 글로벌 합의가 임박했다. 우리는 이 역사적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변화는 유럽 국가 중 극도로 낮은 법인세율을 지닌 국가들과의 협의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우리는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 설정을 아주 찬성한다"고 말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연설에서 각국 법인세율에 하한을 설정하고자 G20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지난 30년간 이어진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법인세 최저세율을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법인세 최저세율을 현행 10.5%에서 과표에 관계없이 21%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도 이에 최대한 근접하게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스벤 기골드 유럽의회 의원은 "옐런 장관의 약속은 법인세율과 관련한 새로운 국제적 하한선을 마련할 역사적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각국의 금고는 텅 비었고,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21%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라고 말했다.
OECD와 G20은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 대응방안 이행을 위한 140여 개국 간 다자간협의체인 포괄적 이행체계(IF, Inclusive Framework)의 틀 내에서 디지털세 부과에 관한 최종방안과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이른바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같이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디지털 기업에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현재 법인세는 기업의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있는 국가에서 부과가 가능한데, 디지털 기업은 물리적 고정사업장 없이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법인세가 과세하지 않는 영역이 생겨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디지털세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앞서 IF는 지난해 1월 소셜미디어, 검색·광고·중개 등 온라인플랫폼, 콘텐츠 스트리밍 등 디지털 서비스사업은 물론 기존 소비자 대상기업에도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기본 골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기업도 디지털세 적용 대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현행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과표 2억 원 이하는 10%, 2억 원 초과 200억 원 이하는 20%, 200억 원 초과 3,000억 원 이하는 22%, 3,000억원 초과는 25%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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