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북한의 국경 봉쇄를 해제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요청에 따라 코백스 퍼실리티는 백신 199만2,000회분을 북한에 배정하고 이중 170만4,000회분을 오는 5월까지 전달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 국경 봉쇄가 풀리는 시기에 맞춰 민간 차원의 인도적 대북지원 재개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북한군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이후 막힌 민간 대북 반출에 통일부가 승인을 내고, 올해 하반기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접점을 찾아갈 확률이 높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일 '조선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7월 일본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색된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다시 틀 계기로 지목된 도쿄 올림픽 구상이 무산되면서, 통일부는 하반기 북한과 접점을 넓힐 새로운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국경이 봉쇄된 만큼 서울에서 오는 6월 예정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과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북한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13개월째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 문을 닫은 북한이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다시 빗장을 열 준비를 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수입물자소독법’을 채택했다. 수입 물자가 국경을 통과할 때 지켜야 할 소독 절차와 방법을 정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국경 거점 지역과 무역항 소독 사업을 강화하면서 국경 시설을 정비해왔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해 12월 “국경 교두(다리 근처)와 철도역, 무역항의 방역 및 경비 실태를 점검하고 보다 효과적인 소독 체계를 갖추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국가정보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신의주, 남포 등 주요 세관에 대규모 소독장을 설치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이 국경에서 맞이하려는 물자는 5월로 계획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170만4,000회분일 확률이 높다. 이에 북한이 백신 공급과 함께 중단된 북중무역을 재개해 필수적인 민간 물자도 들여오는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월 발간한 ‘남북경협리포트’도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무역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으나 보건 의료 협력 등을 매개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식량, 의료용품 등 필수재 중심으로 일부 무역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국경이 열릴 것으로 대비해 통일부도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단과 만나 “민간단체들의 인도주의 활동이 적절한 시점에 빠르게 재개되도록 정부가 뒷받침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나름대로 한반도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수 있는 창의적 방법들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22일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만나 민간 차원의 남북 인도주의 협력 재개 여론과 관련해 “그런 방향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 백신의 북한 반입을 대비해 민간이 주도하는 인도적 대북 물자 반출도 다시 승인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북중 국경 상황을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다”며 “코백스 백신 외에도 북중 간 민생 물자나 다른 유엔 구호 단체 물자도 국경봉쇄 때문에 못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국경을 다시 열어야 할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코백스 퍼실리티에서 1차 물량을 늦어도 5월까지 전달한다고 발표했지만, 확정된 일정은 아니다. 백신을 받는 국가와 수송을 비롯한 문제를 협의해서 확정해야 한다”며 “아직 일정 확정과 관련해 코백스 퍼실리티 측도 발표한 게 없고, 북한에 백신이 언제 들어간다고 확인된 정보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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