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총격을 이어가고 있는데 군부의 비인도적 만행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50명 가까운 아이들을 총으로 살해한 데 이어 반(反)군부 활동을 하는 어른을 잡기 위해 10살도 채 안된 아이들까지 구금하기까지 하고 있다.
7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은 이틀 전 바고 지역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공보 책임자 자 레이의 가족과 친지 6명을 15시간 가량 구금했다. NLD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문민정부의 집권당이었다. 자 레이는 2월1일 쿠데타 이후 반대 시위를 이끌었다.
군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조치를 어기고 군중들을 만났다는 이유로 그를 기소했고 그는 집을 떠나 도주 중이다. 군부는 이후 자수를 종용하며 가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 레이에 따르면 군경이 6차례 이상 집을 찾아와 행방을 묻고 자수를 권유하라고 종용했다. 견디다 못한 아내도 네살짜리 딸을 친정에 맡기고 다른 곳에 몸을 숨겼다.
5일 새벽 일찍 자 레이의 장모와 처제 등이 딸을 그의 엄마에게 데려가던 중 군경에 의해 붙잡혔다. 이 중에는 자 레이의 네 살짜리 딸과 두 살배기 조카딸 그리고 그의 13살 짜리 오빠 등 아이 3명도 포함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경찰서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다시 군부대로 옮겨졌다. 한 친척은 "아이들은 겁에 질렸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자 레이가 어딨는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진짜 자 레이에 대해 아는게 없다는 걸 알고 나서야 우리를 풀어줬다"고 덧붙였다. 이 친척은 "자 레이의 딸은 이미 부모와 떨어진데 대해 정신적 외상을 입은 상태였는데, 이번에 군경에 체포되면서 더 큰 트라우마를 겪을 것이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딸의 소식을 전해 들은 자 레이는 미얀마 나우에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을 체포하거나 어디론가 데려갈 이유가 없다. 내 딸은 너무나 어리다"며 "이는 국제법과 아동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설사 그들이 아무 짓을 안 했다 하더라도 아이들을 제복 입은 사람들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데려감으로써 심리적 트라우마를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군경이 반(反)군부 운동의 핵심인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NLD 당원이나 시위 지도부, 공무원들의 자수를 종용하기 위해 가족 및 친척들을 붙잡아가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몬주 몰라민에서도 군부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한 대학 교수를 체포하는 데 실패하자두 장성한 아들을 거의 2주가량 구금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