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땅 투기’ 수사에 적용되는 부패방지법·공공주택특별법·농지법 등 3법 위반으로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가 10건 가운데 1건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나머지 사건들은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패방지법 위반 처리 사건 54건 중 정식 재판에 회부(구공판)된 것은 단 5건에 불과했다. 반면 약식기소는 21건, 불기소는 23건에 달했다. 부패방지법 위반 사건 가운데 84%가량이 단순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아예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다. 올 들어 2월까지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것은 단 1건도 없었다. 지난해 농지법 위반의 경우 총 839건이 처리됐으나 절반에 가까운 402건이 약식기소였다. 또 불기소도 371건에 달했다. 정식 재판에 회부된 것은 전체 사건 가운데 5%가량인 48건뿐이었다. 올해도 2월까지 102건의 농지법 위반 사건이 처리됐으나 정식 재판에 넘겨진 것은 단 10건뿐이었다. 같은 해 공공주택특별법 위반 처리 사건(86건) 가운데서도 단 1건만이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나머지는 구약식(43건)·불기소(38건)였다. 올해 들어 2월까지 공공주택특별법 위반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것은 1건도 없었다. 해당 3법 위반 사건의 불기소율은 전체 사건 접수 대비 불기소율과 큰 차 없다. 하지만 약식기소율은 각각 43~46%를 기록하는 등 전체 사건 평균치(24%)를 크게 웃돌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 사기 사건 고소·고발이 해마다 늘면서 불기소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혐의 없음 처분이 전체의 40%에 이른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수치이기는 하다”라고 분석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해당 3법의 약식기소·불기소율이 높은 이유로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투기 고의성이 있는지 또는 실제로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유출해 이용했는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아 정식 재판 회부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 전에는 비밀을 듣고 이용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었다”며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로 규정한 탓에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처벌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패방지법도 업무상 비밀이라는 부분을 좁게 규정했다”며 우려했다. 해당 규정으로는 사실상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 중에서도 택지 개발 업무와 대상지 선정 업무 담당자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지법의 경우도 농사를 하려는 주관적인 의사를 증명하는 것이 난제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찬진 참여연대 변호사는 “영농 의사와 관련한 주관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는데, 농사 할 의지가 있었다고 주장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단순 다툼 사건이 다수 발생한다는 점도 높은 약식기소율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은 다른 행정법규에 비해서 입증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농지의 경계와 관련해서 다툼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행정법 계통은 행정의 실효성 담보 목적이 강해서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법규 위반은 구속 기소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약식기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라는 점도 언급했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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